과일이 비만을 유발하는가 아니면 체중 감량에 도움이 되는가는 오래된 논란거리이다. 한국인의 비만 특히 중년 여성의 비만 원인 중 과일을 중요 원인으로 지적하는 의사들이 많다.
한국인의 비만 원인을 따지기 전에 먼저 우리나라 사람들의 식습관 얘기를 시작하는 게 좋겠다. 우리나라의 전통적 식생활은 곡류를 주식으로 한 식물성 식품 위주의 식사였다. 1969년 식이섭취 비율을 보면 식물성 식품 섭취 비율이 97%였으며 영양소 면에서도 탄수화물 섭취가 80.3%를 차지했다. 30년 후인 1998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를 보면 식물성 식품 섭취가 80.8%, 탄수화물 섭취가 66.0%로 감소했으며 지방의 섭취가 19.0%에서 33.4%로 증가했다. 따라서 동물성 식품 섭취의 증가에서 비만의 원인을 찾는 게 더 타당할 수 있다.
섭취하는 식물성 식품을 세부적으로 보면 곡류의 섭취량은 30년 동안 3분의 2 수준으로 감소한 반면 과일의 섭취는 1일 평균 48g에서 197g으로 4배 가량 증가하였다. 외국의 예와 비교해 보면 미국 169g, 일본 118g에 비해 더 높은 걸 알 수 있다. 한국인 영양 권장량 100g을 상회하는 수치이다.
과일이 체중조절에 도움이 되는 측면을 먼저 보면 과일은 식이섬유소가 아주 풍부한 식품이다. 고(高)섬유소 식사는 포만감은 주되 상대적으로 열량은 적다. 식이섬유소는 구강의 저작(咀嚼) 활동을 자극하여 타액 및 위액분비를 촉진하고 위장의 포만감을 유발한다. 또한 음식물이 소장을 통과하는 시간을 빠르게 하여 영양소의 흡수량을 적게 한다. 특히 당분의 흡수를 억제하여 인슐린 분비 자극을 줄인다. 즉 혈중 인슐린 농도를 낮춰줌으로써 체중조절 및 비만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또한 과일이나 채소의 식이섬유소는 수분을 많이 함유하기 때문에 발암물질이 희석되거나 흡수가 억제되고 장내(腸內) 통과가 빨라져서 대장암 예방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비타민C나 카로테노이드 섭취 증가, 상대적 지방 섭취 감소 등 복합적인 작용이 있을 것으로 본다. 미국을 비롯한 서구에서는 과일이나 채소의 항암효과를 기대하면서 하루에 5번 이상 섭취할 것을 권하고 있다.
하지만 과일이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과일은 살이 찌지 않는다’는 잘못된 인식을 갖고 있다. 하지만 중간 크기의 귤 한 개의 열량은 50㎉, 사과 한 개의 열량은 100㎉이다. 귤을 앉은 자리에서 5~6개 먹으면 밥 한 공기와 같은 열량을 섭취한 거라는 사실은 모르고 있다.
사과주스 200㎖는 밥 3분의 1 공기
과일 주스에도 하루 섭취해야 하는 용량이 있다. 과일주스는 ㎖당 0.5㎉를 함유하고 있어서 사과주스 200㎖를 먹을 경우 100㎉, 즉 밥 3분의 1 공기를 먹은 것과 같은 결과를 나타낸다. 미국 소아과학회에서는 소아비만의 원인으로 과일주스를 들고 있으며 과일주스도 비타민처럼 하루 용량을 지켜줄 것을 강조하고 있다.
과일이 비만 치료에 이용되는 것은 부정적인 면이 더 많다. 포도 다이어트가 유행한 적이 있지만 단기간의 효과에 지나지 않는다. 비만 환자들이 장기간에 걸친 식습관의 개선보다 고통이 없는 단기간의 다이어트 방법을 찾는 과정에서 식품의 선택을 과일로 제한하는 방법을 선호하지만 영양 불균형이라는 문제점이 있어서 오랜 기간 지속하기가 어렵다.
정리해 보면 과일은 식품 군(群) 중 꼭 권장해야 하는 식품이다. 대부분 서양인들은 동물성 포화지방의 섭취를 줄이고 신선한 야채와 과일, 곡류의 섭취를 증가시킬 것을 권장하고 있다. 과일의 섭취가 부족한 경우 늘리도록 권장하여 과일의 장점을 살려야 하겠고 과일의 섭취가 지나치게 많은 경우 권장량 수준으로 낮춰야 비만의 치료나 예방에 도움이 된다.
비만의 원인을 분석할 때도 개인차를 감안하여 문제를 풀어야 한다. 평균적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워낙 당질(糖質) 위주의 식사이기 때문에 당질 섭취를 줄이고 지방 섭취를 총 열량의 20% 정도로 유지하도록 권장하고 있지만 개인차가 크다. 비만인의 식이 습관을 분석하여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문제인지를 분석하여 개선점을 찾아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