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일 아침 경부선 철도 가화터널 하행선이 개통되면서 옥천 삼거리건널목은 역사속으로 그 이름이 묻혔다.
이날 오전 6시50분 옥천역을 통과한 대전-부산간 무궁화호열차(301호)가 새로 개설한 철로를 타고 옥천역에 도착한 그 순간이었다.
상행선은 이미 지난 1일, 김천-천안간 통근형 통일호 열차(1108호)가 오전 7시5분 옥천역을 통과해 새롭게 만든 가화터널을 지나 천안을 향했다.
평일 상·하행선 각 110회씩 모두 220차례에 걸쳐 건널목을 통과하는 열차를 바라보았던 삼거리건널목은 눈에 잡힐 만큼 떨어져 새롭게 가설된 철로를 따라 움직이는 상·하행선 열차를 지켜보며 긴 임무를 마쳤다.
▶64년 1종 건널목 지정
13일 건널목을 찾았을 때 이미 차단기는 치워진 뒤였으며 폐철도를 걷어 내기 위한 준비작업이 한창이었다. 철로도 이미 고정 핀이 뽑힌 채 팽팽한 긴장을 놓아 버린 상태였다.
항상 긴장을 하며 지나던 곳이기에 갑자기 눈앞에 찾아든 한산함이 오히려 어색했다.
‘삼거리건널목’의 정확한 설치 일자는 확인하기 어려웠다. 옥천역이 1905년 1월1일 영업을 개시한 것으로 확인돼 그 즈음 건널목도 설치되지 않았겠느냐는 추측만 철도청 관계자들 사이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다만, 1964년 경보기와 차단기 등 건널목 안전 설비를 갖춘 ‘1종 건널목’으로 지정되었다는 사실을 대전시설관리사무소 횡단팀 관계자로부터 들을 수 있었다.
▶아쉬움보다는 안도감 높아
군서면을 거쳐 금산방면으로 향하는 운전자들에게 길을 알려주려면 반드시 거론해야 하는 옥천읍 삼양리 ‘삼거리 건널목’이 사라진 뒤 많은 사람들은 아쉬움보다는 안도하는 모습이다.
삼양사거리 교차로와 근접하고, 건널목과 교차하는 37호 국도가 군서면 쪽으로 심한 굽이를 이뤄 사고 위험이 컸기 때문이다.
이를 뒷받침이라도 하듯 대전시설관리사무소에 따르면 95년 이후에만 삼거리건널목에서는 모두 6건의 건널목 관련 교통사고가 있었다.
95년 8월25일 건널목 초소를 트럭이 들이받아 한 명이 사망했고, 같은 해 9월8일 트레일러와 열차가 부딪히는 사고가 발생했다. 최근인 지난해 12월26일에는 열차와 운전교습용 차량이 부딪혀 한 명이 사망했다.
김광실(56) 옥천역장은 “취약지구가 하나 해소된 것”이라며 “이번 선형개량 공사가 큰 걱정거리를 하나 덜어 준 것”이라고 평했다.
선로와 불과 10여m의 간격을 두고 둥지를 틀고 있는 삼양검문소 조준석(42) 경사도 “휴일이나 명절이면 기차의 통행에 따라 대기하는 차량들로 심한 정체를 겪었는데 많이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라며 건널목 철거를 반겼다.
여하튼 이제 금산군방면에서 옥천읍 시가지로 들어서기 위해서 반드시 거쳐야 했던 ‘삼거리건널목’은 더 이상 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