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한 구석에 자리잡은 바쁜 일상의 쉼표 `고향'
마음 한 구석에 자리잡은 바쁜 일상의 쉼표 `고향'
[내고향 옥천] 군북면 대정리 방아실 출신 월퍼스 보석상 대표, 대정초 30회 동창회장 장인성
  • 황민호 기자 minho@okinews.com
  • 승인 2004.05.29 00:00
  • 호수 7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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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인성씨

사무실 안에 몇 천 만원을 호가하는 보석이 가득해도, 그 작고 아름다운 원석에 오밀조밀한 무늬를 새겨 찬란한 보석으로 태어난다 해도, 그가 자주 드나드는 고향의 새벽 이슬만큼은 못 하리라. 

싱그러운 고향의 아침을 잊지 못해 그는 기꺼이 새벽 시간을 할애한다. 밤늦게까지 일하느라 잠도 모자란 판에 그가 새벽 5시에 일어나 고향으로 드라이브를 가는 이유는 다름 아닌 ‘에너지’다. 하루를 기쁨으로 충만 시켜주는 에너지. 조상이 물려준 땅은 귀중한 텃밭이 됐고, 많은 열매를 맺게 했다.

아름다운 보석만으로 가득한 보석상을 운영하는 그가 새벽에 고향을 찾는 이유이다. 고향이 지척에 있다는 것이 그의 삶에 있어 커다란 위안이다. 쉬러 갈 곳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혜택을 받은 일인가? 스트레스에 치인 도시인들은 무언가를 찾지만, 그것이 소비이상의 생산을 담보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그에게 고향의 텃밭과 맑은 공기, 새소리는 지친 일상에서 다시 기운을 차리게 해주는 보석 이상의 값진 ‘쉼표’가 됐음이 틀림없었다. 그의 얼굴이 나이에 비해 유난히 맑아 보였기 때문이다.

“새벽마다 고향을 찾아요”

물론 매일은 아니다. 이틀이나 사흘에 한 번씩 꼭 고향을 찾는다. 차로 달리면 20여분 남짓, 새벽 길은 차가 없어 더 빠르다. 지척에 있어 참 다행이다. 멀리 있으면 그마저도 뜸했을텐데. 군북면 대정리 방아실. 일자리와 집이 있는 대전시내와 참 가깝다.

보석가공전문업체 ‘월퍼스’(대전시 동구 중동) 대표이자 대정초등학교 30회 동창회장 장인성(40)씨다. 고개 넘기 전 방아실에서 학교를 다녔다. 대정초를 졸업하고, 대전 동신중학교를 나와 보석가공학과가 있는 전북 익산공고에 진학했다. 

그는 89년도에 전국기능올림픽 보석가공부문에서 금메달을 따기도 한 우수한 기능인력이다. 현재는 대전충남 보석가공부문 심사위원으로 위촉돼 있다. 그는 단지 금은보석을 판매하는 금은방 주인이 아니다. 자신이 만든 ‘월퍼스’라는 상표를 걸고 고유의 보석을 만드는 ‘장인’이다. 외국에서 직 수입한 원석에다 무늬를 새긴다. 돌의 모양을 보고 디자인을 하고, 그 결에 따라 잘 가공을 한다.

중학교 때 보석의 아름다움을 보고 그 매력에 푹 빠졌다는 장씨는 일찌감치 고등학교 때부터 관련학과에 진학하면서 자신의 진로를 결정했다. 86년도 고교 졸업하고 군 제대 후 익산(이리)수출공단에서 일하다가 바로 자신의 이름을 내건 보석가공전문업체를 차렸다. 그로부터 20여 년이 지났다.

서울과 익산이 독점하다시피 한 보석가공부문에서 ‘월퍼스’라는 상표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고, 호평도 받고 있다. 충남북 금은방의 90%에 달하는 물량을 월퍼스에서 담당하고 있다고 한다.

보석처럼 변치 않는 고향

보석이 영원한 아름다움의 정표라고 한다면, 고향은 그보다 더한 삶의 이유를 제공해 준다. 보석은 ‘아름다운 돌’이다. 나무가 결이 있듯이 보석의 원석도 결을 간직하고 있다. 그 결을 따라 디자인을 해야 하고, 그 결을 따라 가공한다.

고향도 결이 있다. 오랫동안 여러 삶들을 잉태한 ‘삶결’이 있고, 늘 내보내고 다시 찾게 하는 ‘숨결’이 있다. 그는 보석을 디자인하고 가공할 때처럼 고향을 대할 때도 그 결을 잊지 않았다. 8남매 중 막내로 태어나 어렵게 타향살이를 시작했다.

‘보석’은 이제 내 인생의 절반을 훌쩍 넘게 차지하는 열정과 즐거운 일이었다면 그 원천에는 어릴 적 꿈과 추억을 고스란히 보듬어 준 고향이 있다. 고향 텃밭에 고추도 심고, 단풍나무와 향나무도 심었다. 앞으로 고향에 가 살리라.

350명의 아이들과 함께 뛰놀던 학교가 있는 곳, 배금주 선생님, 이묘희 선생님 등 선생님과의 추억이 숨쉬는 곳, 강가에서 쏘가리 잡고 놀던 곳, 그 곳을 다시 찾고 싶은 것이다. 그가 1천700만원을 호가한다는 오팔 원석을 꺼냈다. 손가락 한마디도 못 되는 작은 타원형석이 오묘한 빛을 냈다. 그 조그만 돌에 장인성씨의 색깔을 입혀 상품으로 내놓는 것이다.

하지만, 그 돌이 많은 것을 살 수 있고, 자랑할 수 있는 물리적 가치는 있을지 몰라도 장인성씨가 놀던 고향 강가의 짱돌이 가지고 있는 추억에는 못 미칠 거란 생각을 했다.

그는 고향을 추억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다듬고 있었다. 수많은 보석의 원석에도 그의 세심한 손길이 미쳤겠지만, ‘고향’이라는 커다란 원석의 가공작업은 아직 진행 중이었다. 그 작업은 그 어떤 작업보다 소중하고 아름다워 보였다. 다이아, 루비, 그린 사파이어, 오팔, 비취 등 수많은 보석보다 그의 고향사랑이 더 빛나 보였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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