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하면, 범죄혐의가 있는 사람에게 ‘수사’라는 ‘공권력’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입건’하고 검찰에 모든 사건을 `송치'하여야 하며 이 과정에서 죄가 있으면 기소, 없으면 죄가 안됨, 또는 불기소 등 수사담당 경찰간부의 의견을 밝히면 된다. 이것은 아무도 토를 달 수 없는 원칙이요, 법이다.
옥천경찰이 ‘공권력’을 행사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두 사례가 최근 연이어졌다. 공권력 앞에 선 두 주민은 공교롭게도 평범한 학부모와 군 고위 공무원이다. 우선 고위 공무원의 경우를 보자. 주민의 신고로 도박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건설업자와 고스톱을 친 군 건설공무원을 현장에서 체포, 판돈을 압수하는 등 ‘수사’를 한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경찰서로 연행된 고위공무원은 어찌된 셈인지 그날 바로 ‘훈방’된다. 입건이 안됐으니 말 그대로 ‘수사’는 없었다. 이틀 뒤 검찰이 입건을 지시하면서 다시 수사가 시작됐다.
한 사건을 경찰은 훈방하고 검찰은 입건했다. 궁금했다. 서장은 “노 코멘트”란 말로 해명을 대신했다. 이번엔 평범한 학부모 차례. 한 초등학교 학부모가 교장에게 건네준 한 문건이 교육당국에 의해 경찰에 수사의뢰되고 경찰은 그 즉시 사문서위조에관한죄를 물어 학부모를 소환, 지문을 채취한다.
인권침해 및 과잉수사라는 지적이 일자 수사책임자는 범죄혐의가 명백한 학부모에 대해 ‘참고인’이 아닌 ‘범죄 피의자’로 소환, ‘수사’라는 정당하고 적법한 공권력을 행사했다 주장한다. 학부모가 입건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검사의 지시였으니 수사상의 하자는 없다고 말한다.
경찰은 학부모를 처벌하려고 했고 검찰은 ‘입건’조차 못하게 했다. 건설업자와 대낮에 고스톱을 친 공무원은 ‘훈방’ 감이고, 학교장에게 자신의 요구를 전달한 학부모는 ‘수사’ 감인가? 이는 경찰 스스로 힘센 자가 혼내주기를 원하는 사람들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서 혼내주고, 힘센 자가 봐 주길 바라는 사람들을 앞장서서 봐 주려 했다는 의혹을 자초한 것은 아닌가?
15만 경찰이 열망하는 검찰로부터의 수사권 독립이 논의되고 있다. 경찰은 수사권이 독립되면 지금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시민의 권익과 인권을 보호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최근 경찰의 행태를 지켜보노라면 독립된 수사권이 오히려 거꾸로 돌아가는 몽둥이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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