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들이 대단했다. 목공 배우러 온 20대부터 정년퇴직한 60~70대 군민 모두 하나가 됐다. 이날은 내 손으로 협탁을 만드는 시간. 재미있는 취미거리를 찾은 것 이상의 가치였다. 어떤 이는 목공에 관심이 생겨 처음 접했고, 어떤 이는 목공이 실생활에 필요해 참여했다. 수강생 모집은 지난달에 마감했지만, 신청자 중에 예비번호를 받은 사람도 있을 만큼 관심이 뜨거웠다는 후문이다.
목공을 배우는 이유는 다 달라도 목표는 하나같이 뚜렷했다. 가구 하나 예쁘게 만드는 게 중요치 않았다. 그저 목공 하는 게 즐겁고, 공구를 능숙하게 다루고 싶어 했다. 네 시간 수업이 훌쩍 지나갔다. 쉬는 시간도 따로 없었다. 그만큼 압축적인 수업이다. 그때그때 짬날 때마다 알아서 쉬는 게 상책. 강사 지도와 함께 수업으로 처음 만난 사람들끼리 서로 도왔다. 재미와 협동심을 한 번에 챙겼다.
지난달 30일 오후 2시 옥천목공방(대표 박정길)에 특별한 수업이 열렸다. 옥천군이 주관한 ‘생애주기별 전문인력 양성과정’ 일환으로 목공지도사 3급 자격증 수업이 진행된 것. 옥천목공방은 지난달 23일 나무와 공구 이해를 돕는 이론교육 2시간, 연필꽂이 만들기 시간을 거쳐 이날 두 번째 수업을 했다. 오는 5월11일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 2시~6시에 열릴 이 수업은 서랍장, 의자, 도마 등 DIY 가구를 만들 예정이다.
■ 시골살이에 필요성 느껴 배운 목공
이날 수강생 18명이 참여한 가운데 2인1조 작업으로 수업이 진행됐다. 수강생 한 사람이 나무를 잡아주면, 다른 한 사람이 공구를 들고 작업하는 식이었다. 나무 재단은 숙달된 사람만이 가능해 수강생들의 안전상 이유로 옥천목공방 측에서 미리 준비했다.
목공 수업에 참여한 김성국(61, 청성면 묘금리) 씨는 자격증 취득보다는 실생활에 도움이 되고자 목공을 시작했다. 재작년 말에 직장 은퇴하고 옥천에 정착한 그는 이미 지난 1월 옥천목공방에 따로 찾아올 만큼 목공에 관심을 뒀다. 김 씨는 “시골에 살다 보니 도구를 다루거나 간단하게 의자, 대문을 만들 일이 생기는데 어떤 나무와 공구를 써야 할지 알고 싶었다”며 “일상에서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능력까지 끌어올리고 싶다”고 말했다.
군 홈페이지를 통해 수업 소식을 접한 김태정(55, 읍 가화리) 씨는 목공이 이번에 처음이다. 그는 이날 강사 지도에 따라 서랍장 만드는 과정이 어렵진 않았지만, 공구 다루는 기술이 미흡해 원하는 모양으로 자르는 게 쉽지 않았다고 했다. 김 씨는 “내 손으로 목공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고, 배워두면 유용할 것 같아 참여했다”며 “공방에 와서 목공을 하다 보면 몰입이 되고, 직장 일하면서 생기는 근심과 걱정도 날아가서 좋다”고 말했다.
■ 서툴러도 새로운 경험에 가치 둔 청년
이날 최연소 수강생으로 참여한 옥천에 사는 김아현(25) 지수민(21) 씨는 강사와 동료 수강생들의 도움으로 서랍장을 만들었다고 돌아봤다. 두 사람 역시 군 홈페이지에서 수강생 모집 소식을 접한 뒤 목공 수업에 신청해 참여하게 됐다.
김 씨는 “목공을 체험할 수 있는 공방이 옥천에 있다는 걸 이번에 처음 알았다”며 “공구도 여기 와서 처음 다뤄보고, 모든 게 처음이라 서툴고 어려웠지만 새로운 경험이라 좋았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분과 협업하다 보니 친해질 기회도 생긴 거 같고, 협동심의 중요성도 배워 유익한 시간”이라고 말했다.
지 씨는 “경험이 있는 어른들이 옆에서 알려주면서 같이 한 게 크게 다가왔다”며 “목공 관련된 공구를 다뤄본 건 처음이지만 첫 번째 수업보다는 익숙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엔 어떻게 할지 몰라 막막했는데 ‘이렇게 하는 거구나’ 알게 된 시간”이라며 “목공하려면 돈이 많이 드는데 이번에 좋은 기회로 참여해 기쁘다”고 말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군이 시행한 ‘생애주기별 전문인력 양성과정’은 올해 약 9천500만원의 예산을 잡았다. 군은 군민들의 수요를 파악해 연령대별 선호하는 수업을 진행한 가운데 현재 △창의융합과학(코딩드론, 초등3~6학년) △커피바리스타 2급(13~49세) △소형중장비(19~64세) △대형중장비(19~64세) △정리수납 전문가 2급(30~64세) △목공지도사 3급(19세 이상) 등 6개 강좌를 지원했다. 올 하반기 수강생 모집은 6월 중, 수업은 8월 중 개강할 예정이다.
군 행복교육과 평생교육팀 김태수 팀장은 “생애주기별 발달과업과 평생교육의 필요성을 탐색하고, 집단 간 차이 검증을 통해 생애주기에 적합한 전문인력 양성이 목적”이라며 사업 취지를 전했다. 김 팀장은 “현재 진행되는 교육 수료 시 자격증 취득이 가능하다”며 “군민들에게 향후 재취업이나 창업 등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민선8기 공약사업으로 올해 성과를 검토해 내년에도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