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우체국 옆에서 10년, 이원 시내로 진입하는 구짐티삼거리 지나 국도변에서 20년 넘게 식당을 했다. 두꺼비가 복을 불러온다는 뜻으로 지었다는 ‘두꺼비가든’. 아마 이원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 터다. 가정식 백반 할 적엔 웬만한 이원에 있는 농원들을 다 돌아다녔단다. 한때 하루 200인분 가까이 뚝딱 만들어낸 음식들을 차에 가득 싣고 밭으로, 들밭으로 향했다. 지금은 힘에 부쳐 배달을 안 하지만 오로지 장사 하나 때문에 20년 넘게 배달했을 리 없다. 지역사람들과 두터운 신뢰가 있어 가능했으리라.
두꺼비가든은 음식에 지극정성이다. 그저 말로만 지극정성인 게 아니다. 이 집 음식들은 보은 마로면이 고향인 손미자(66, 이원면 건진리) 씨 손맛에서 나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9월 식당을 새로 단장하면서 딸 임라영 씨와 사위 서정남 씨가 식당 일을 같이 거들어도 그는 주방 일을 내려놓지 않았다. 몸살 날 정도로 힘이 드는 일인데도 음식 맛을 믿고 찾는 단골들과의 약속 때문이었을까. 딸과 사위에게 식당을 물려받는 과정인지 물었더니 음식 배우려면 한참 멀었다고 손사래 쳤다. 손미자 씨 또한 30년 전 식당 할 적에 시어머니 밑에서 오랜 기간 음식을 배워나갔다 하니 이해가 된다.
“이원에 시집 온 지가 46년 됐으니 이원사람 다 됐죠. 젊을 때부터 식당 일을 해서 저는 옆에 텃밭 가꾸는 거랑 식당밖에 몰라요. 애기아빠가 지역사회 활동을 많이 하죠. 우리 시어머니가 두꺼비가든이라는 이름을 지어준 거예요. 재작년에 돌아가셨는데 시어머니가 식당 일을 많이 도와주고 그러셨어요.”
■ 텃밭 야채가 함께하는 시골밥상
사서 쓰는 게 거의 없다. 어디 사다 쓰는 게 싫다고 그랬다. 그래서 식자재 대부분이 자급자족에 음식도 직접 다 한다. 두꺼비가든 뒤편에 있는 텃밭에 양파, 고추, 부추, 아욱, 까죽 등 별별 재료를 다 농사짓는다. 가짓수만 16가지 가까이 된다. 나오는 반찬들이 옛날 시골밥상이 따로 없다. 어느 식당에서 반찬으로 제철에 나오는 ‘까죽 부침개’를 맛볼 수 있을까. 보기 드문 식당이다. 이는 손미자 씨의 남편 임창순(68) 씨가 함께해 가능한 일이다. 그는 이원을 떠나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이원면 강청리에서 나고 자라 이원초(50회), 이원중(26회)을 졸업한 이원토박이다.
두꺼비가든은 예나 지금이나 자연산 싸리버섯찌개(3만5천원~5만5천원), ‘능이버섯’을 덧대 얹은 능이와싸리버섯찌개(5만5천원~7만5천원)를 손님상에 내놓는다. 음식에 들어가는 버섯은 임창순 씨가 직접 산에서 캐거나 따다 주는 군서 지인에게 전적으로 받아온다. 여태 거래처를 바꾸지 않고 유지한 지가 어느새 25년. 재료가 다 소진되면 다른 데서 버섯을 사 오지 않는 게 철칙이라면 철칙이다. 드셔 보신 단골손님들이 대번에 알기 때문. 향부터 다르고, 또 질 좋은 버섯을 가져와야 하니 바꿀 수 없는 노릇이다.
“요 앞에 고속철 나기 전부터 식당을 했으니까요. 식당만 30년 됐으니 오래했죠. 여태 우리 둘이 하다 보니 힘들어서 접으려고 했었어요. 그러다가 딸하고 사위한테 식당을 같이 해보자고 한 게 이제 1년 다 되어가네요.”
■ 직접 잡아올린 갈치, 자연산 버섯 활용
도심에서 흔히 접할 수 없는 음식이 또 있다. 바로 생갈치조림(3만5천원~5만5천원). 임창순 씨가 한 달에 3~4번 직접 통영이나 여수까지 내려가 잡은 갈치로 음식을 낸다. 직접 잡아온 갈치를 음식으로 해달라는 지인들의 요청에 시작했는데 반응이 좋았던 것. 그가 지인들과 취미 삼아 배낚시를 한 지도 4년 됐다. 물량이 부족하다 싶으면 같이 간 팀원 걸 사 온다. 버섯찌개, 갈치조림과 같은 단체 음식을 시키면 볼락이나 열기처럼 제철에 낚아 올린 생선구이를 반찬으로 만날 수 있다.
“영동이나 대전, 옥천 읍내에서도 많이 오시죠. 단체로 오시면 주로 버섯찌개, 갈치조림, 생삼겹살(200g, 1만3천원), 수제돼지갈비(250g, 1만5천원)가 잘 나가요. 점심 한 끼 식사로 갈비탕(1만2천원), 올갱애해장국(1만원)도 많이 나가고요. 지난달부터는 여름 별미로 서리태 농사지은 걸로 만든 콩국수(9천원)랑 소불고기냉면(9천원)도 새로 출시했어요.”
식당만 30년 이상 했으니 손님들을 만나며 겪은 사연들이 이루 말할 수 없이 깊다. 20여년 전 고속철 공사하고 터널 뚫는다고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현장 노동자들이 두꺼비가든에 식사하러 오곤 했다. 그때 인연으로 계속 찾는 사람도 있지만, 말하자면 진상손님들과 대거리를 피할 수 없던 시절도 이젠 추억으로 남는다. 하지만 거칠고 험했던 시절을 잊게 해준 고마운 분들이 더 많았기에 두꺼비가든을 지금껏 이어가고 있다고 두 사람은 돌아봤다.
■ 단체회식 환영, 봉고차 픽업 가능
일부러 찾아오는 거까진 아니지만 서울에서 볼일을 보러 옥천 인근을 지나다 두꺼비가든에 들르는 손님. 영동 천태산에 등산하러 왔다가 버섯찌개 먹고 다음에 생각나서 예약하고 찾는 손님. 묘목축제가 열리면 해마다 꼭 방문하는 손님. 영동서 해장국 드시러 오는 나이 지긋한 손님. 음식이 맛있어서 먼 길을 마다하지 않는다고 말하기엔 설명이 약간 부족하다. 시골인심 그리고 음식을 향한 진정성. 시간이 지나도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유 아닐까.
“어버이날 같은 때, 천안에서 7년 넘게 우리 집 와서 맛있게 잡수고 간 분들이 계셨어요. 항상 자식들이랑 며느리가 어르신을 모시고 왔거든요. 계속 오시다가 언제는 자식들만 오더라고요. 물어보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게 돼요. 그럴 땐 마음이 안 좋더라고요. 우리 식당은 나이 드신 어르신들이 많이 와요. ‘아이고, 두꺼비가든 가서 버섯찌개 먹고 싶다’고 어르신이 그러면 몸이 아프셔도 모시고 오는 분들이 많죠. 객지 분들은 방문하기 전에 늘 전화를 주시죠.”
두꺼비가든 본관 옆에는 단체손님들을 위한 별관이 따로 마련돼 있다. 별관은 약 80명 정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관광버스나 단체 등 규모가 있는 행사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임창순 씨는 10인승 봉고차가 있어 필요시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배려해 식당까지 송영서비스를 지원한다고 알렸다. 지역경제가 어렵고, 물가도 많이 오른 상황 속에서도 임창순 손미자 씨 부부는 가족끼리 운영하는 식당인 만큼 그간 받은 사랑과 관심을 조금이나마 베풀고 싶어 했다.
“여태 그래왔듯이 저희는 앞으로도 어디 안 떠나고 이원에 계속 살 거잖아요. 식당 초창기에 현장 일하면서 식사하러 오신 분들이 지금도 찾아오거든요. 지금도 식당 하냐며 연락하고 일부러 오시는 분들이 계세요. 도회지에서 장사하는 것처럼 장사하다 떠나는 게 아니라 영원히 살 곳이니까요. 되도록 잘 해드리고 싶은 마음이죠. 특별한 건 없고요. 음식 하나라도 내 식구처럼 챙겨드리고 싶은 마음뿐이에요. 그게 사람 사는 정 아니겠어요.”
주소: 이원면 옥천로 2432
전화: 732-2114
영업시간: 오전10시~오후9시 (쉬는 시간: 오후2시30분~4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