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지내세요?] 잃어버린 내 고향 '탑산' 거기서 다시 살고 싶소
[어떻게 지내세요?] 잃어버린 내 고향 '탑산' 거기서 다시 살고 싶소
동이면 지장리 김병기씨
  • 황민호 기자 minho@okinews.com
  • 승인 2005.07.01 00:00
  • 호수 78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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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자를 지게에 싣고 지장리 고갯마루를 넘는 김병기씨

흘러가는 세월은 붙잡을 수 없었고, 세월의 풍파를 견디지 못한 몸은 하루가 다르게 녹슬어 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녹슨 몸을 자꾸만 움직이게 되는 것 또한 세상의 이치인가 보다.

감자 한가마니를 지게에 싣고 지장리 고갯마루를 넘어오는 그는 참 느릿느릿 하게 걸음을 옮겼다. 한 걸음, 한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흐르는 땀은 깊게 패인 고랑 사이로 잦아들었지만, 지팡이를 짚고 옮기는 그의 발걸음에는 성스러움이 깃들어 있었다. 

김병기(83)씨, 지금은 잃어버린 마을 동이면 청마리 탑산의 원주민이다. 벌써 고향을 마지막으로 뜬 지가 20여년이 훌쩍 넘었지만, 산 중턱 고향의 풍경이 생생하다. “아주 커다란 은행나무가 있었고, 다랑이 논도 많았지. 소도 키웠는 걸. 그 때 6가구 정도 살았나? 그런데 지금은 뿔뿔이 흩어져 다 만난지도 오래됐어”

그랬다. 83년까지 탑산이에는 6가구 정도가 다랑이 논에 농사를 지으며 근근이 생활해 왔었다. 전기도 안 들어오는 곳에 호롱불로, 용이 승천했다는 이름의 ‘용소새미’에서 물을 얻어 생활했다. 하지만, 나이가 하나둘씩 들면서 생활하기 힘들어진 터전을 버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 내려온 곳이 바로 산 밑에 지장말이다. 그나마 고향을 떠나기 싫어 고향 가까운 곳에 터를 잡은 것이다.  “요즘엔 허리와 무릎 안 아픈 데가 없어. 귀도 잘 안 들려 보청기를 꽂았고.”

할머니는 먹고 살려고 아침부터 산딸기를 따는 일을 하러 갔고, 본인 자신도 벌써부터 겨울에 땔 장작나무를 켜켜이 창고에 쌓아두고 있었다.  “우리 같이 일하던 늙은이는 가만히 있으면 병 나! 병이 못 들어오게 부지런히 움직여야지.”

마을을 지키던 은행나무의 은행을 주우러 꼭 한번 가야한다고. 아직 그 곳에는 다 스러져 가는 집들이 남아있을 거라고. 용소새미와 그 아래 폭포인 ‘버꾸둠변, 그리고 탑산의 상징이었던 잃어버린 ‘작은 탑의 전설’을 이야기하며, 할아버지는 그렇게 고향 속 풍경을 다시 되새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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