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문제, 클수록 해결은 근본부터
농촌문제, 클수록 해결은 근본부터
  • 옥천신문 webmaster@okinews.com
  • 승인 1989.09.30 00:00
  • 호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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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격한 산업화의 뒷전에 밀려 해마다 농촌과 도시간의 상대적 생활격차가 심화되어 농촌인구의 이농현상은 이제 더이상 낯설은 모습이 아니다. 지금까지 수없이 많은 정책이 시행되었지만 실제적으로 농민들의 한숨을 그치게 하지는 못했다.

그런면에서 옥천은 옛부터 농업을 주산업으로, 또 생업수단으로 삼아 와서 현재도 약 70%의 군민이 농업에 종사하고 있음을 볼 때 그 중요성을 충분히 읽을 수 있다. 또한 인구 통계를 볼 때 88년말 현재 옥천지역의 총인구는 7만5천6백여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81년 8만9천6백여명에서 7년만에 1만4천여명이 줄었음을 보여주며, 86년에 비해서도 6천여명이 줄어 계속적으로 인구가 감소하고 있음을 나타내주고 있다고 하겠다. 또한 81년부터 작년말까지 옥천읍을 제외한 8개면이 인구의 감소추세를 나타낸 반면 옥천읍은 그나마 86년까지 약간명의 인구증가를 보였으나 86년에서 88년까지의 통계에서는 감소추세로 돌아섰다.

이런 통계들은 정부의 농촌에 대한 많은 강조에도 불구하고 농촌이 상대적으로 도시에 비해 인구를 끌어들일만한 흡인력이 부족한 상태에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하겠다. 그래서인지 요즘같이 농촌문제가 전 사회적으로 크게 거론되고 있는 때는 없었다.

사람들이 농촌문제만 나오면 누구나 다 농촌에 사람이 없을 뿐더러 실제적으로 일할 젊은이가 없어 농촌노동력의 여성화 및 노령화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군북면 구건리에 사는 박모(36)씨는 『요즘 농촌에는 젊은 사람들이 거의 없습니다.

있다해도 심지어 40이 넘도록 장가못간 사람들이 있어요. 어느 처녀가 육체적으로 힘들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농촌으로 시집오려고 하겠습니까?』라고 말한다. 농촌의 어려운 실정을 단적으로 드러나는 말이다.

인륜지대사라고 말할 수 있는 결혼문제가 이처럼 심각해지자 「농촌 총각 장가보내기 운동」등 여러가지 방안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지금의 농촌 사정상 큰 성과를 거두고 있지는 못한 실정이다. 결국 젊은이들이 농촌에 없다는 얘기는 앞으로 이 지방 옥천에서 대를이어 농사지을 후계자들이 없어진다는 얘기가 된다.

이런 현상은 농촌 곳곳에서 볼 수 있는 빈 집을 보더라도 알 수 있다. 농촌에 빈집이 많다는 얘기는 이미 다 알려진 사실이지만 아무도 살지 않고 방치되어 있는 빈집이 많을수록 농촌은 인력난에 빠질 것이고 대를 이어온 생업을 지킬 사람이 적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동이면 적하리에 사는 길모(62)씨는 『물론 일손이 없기 때문에 농촌의 기계화는 필요하지. 그런데 문제는 기계화가 아니라 기계를 움직이는 사람이 문제여. 지금 농촌에 남아있는 노동력이라 할 지라도 노인층과 여자들이 많기 때문에 각자 기계를 갖고 있다 하더라도 기사를 고용해야 할 형편여. 그러다 보니께 예전같지 않게 품삯이 많이 올라서 농민들 살림이 더 어려워진겨』라고 한다. 따라서 한창 농번기에는 비싼 품삯을 준다 해도 제대로 사람을 구할 수 없는 실정이 되었다고 토로한다.

물론 정부에서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농공지구 조성사업은 일정한 정도의 고용증대 및 농외 소득증대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옥천지역에는 동이 농공지구가 완성되어 현재 16개 업체가 가동중에 있으며 이밖에 청산 농공지구가 공사중에 있고 옥천읍 동안리에도 특별농공지구가 들어설 예정이다.

지금 가동중인 동이 농공지구의 경우, 단지내에서 필요한 인력은 이 지역주민들을 많이 고용함으로써 지역민의 고용증대 효과를 가져오기도 하였으나 실제적으로 많은 인력들이 농촌을 빠져나간 상태이기 때문에 인력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에 따르면 『되도록 이면 젊은 인력을 구하려하고 있으나 실제적으로 어려움이 많다』고 하여 농촌인력부족상태를 간접적으로나마 시사해주고 있다.

농공지구는 정부가 농촌인력의 고용 및 농외 소득증대를 통해 이농을 막고 지역간 불균형을 시정한다는 의도에서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나 그 실효성을 구체적으로 말할 단계는 아니다. 다만 옥천군내의 가동중이거나 계획중인 3개지역 농공지구가 지역과의 밀접한 연관 속에서 지역의 발전에 일조를 하리라는 희망을 갖고 있는 군민이 많다는 얘기는 그나마도 한가닥 기대를 모으게 하는 것이라 아니할 수가 없다.

최근 정부는 농어촌 발전 종합대책을 발표하여 농촌의 소득을 증대시키고 도시와 농촌간의 상대적 격차를 점차적으로 줄여나가 농촌을 떠나지 않고서도 잘 살 수 있는 곳으로 만든다는 나름의 청사진을 제시하였다. 그 대책이 얼마만큼 옥천지역의 농민들에게 피부적으로 와닿을 수 있을 것인가는 어떻게 말할 수 없지만, 농민들은 절박한 심정으로 생업을 지키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농민들이 구슬땀을 흘린 보람을 환한 웃음으로 찾을 수 있고, 도시로 빠져나간 인구가 돌아오게 하기 위해서는 농민들의 옥천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충분한 대책이 강구되어야 한다.

그러한 여건이 조성되기 위해서는 일단 옥천지역에 기존해 있는 자원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강구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즉 옥천은 대청호를 끼고 있어 천혜의 관광자원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활용한 관광영농의 활성화로 농가소득을 높이는 방법이 그것이다. 물론 의욕적으로 추진중인 농공지구의 활성화와 정착화를 통한 소득증대방안도 한가지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이농은 현실의 농촌경제의 어려움과 문화시설의 부족 등, 전반적인 생활격차에서 비롯되는 것이므로 획기적인 농가소득증대 및 보전책을 마련하는 길만이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곧 옥천지역의 발전의 길이자 농민들의 주름살이 조금이나마 펴질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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