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장도 몰랐던 47억원 거래 파장
조합장도 몰랐던 47억원 거래 파장
옥천영동축산업협동조합
양평지방공사 계약 관련 '유통센터장이 보고없이 추진'
일부 이사진 '감추지 말고 조합원에게 투명 공개'요구
  • 정순영 기자 soon@okinews.com
  • 승인 2012.10.19 09:58
  • 호수 11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옥천영동축산업협동조합(조합장 정영철)과 경기도 양평지방공사 간 47억 원 규모의 거래가 조합장 결재도 없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일고 있다. 현재 축협은 고기를 납품하고도 돈을 전혀 받지 못해 지방공사측에 소송을 제기한 상태. 축협 측은 해당 거래의 계약이 청원군 소재 옥천영동축협유통지원센터 허모 센터장(현재 직무정지 상태)에 의해 조합장 보고과정도 없이 조합 사용인감을 사용해 체결된 것이라 밝히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센터가 납품용 고기를 미리 구매하기 위해 조합 내부자금으로 47억원 마련하는 과정 역시 8월 말까진 조합장에게 보고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조합의 설명에 상당수 조합원들은 '47억 원짜리 거래를 센터장 혼자 판단해 추진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 이에 축협 이사진 일부는 '조합 경영진이 이번 사태를 자꾸 쉬쉬하며 처리하다간 조합원들의 의구심만 키울 것'이라며 현 상황을 조합원들에게 투명하게 알리고 사태 수습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 같은 요구에 대해 정영철 조합장은 "6월 양평지방공사와의 계약이 결재 라인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채 추진된 것은 맞다"고 인정하며 "하지만 이 건과 관련해 조합원들에게 거짓말 한 것은 없으며 현재 사태를 수습 중이고 거래 사실도 분명한 만큼 소송을 통해 47억원을 회수하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47억원 거래는 유통지원센터장이 보고 없이 추진'

옥천영동축협 이사회는 16일 영동 본점에서 장시간 회의를 진행하며 정영철 조합장과 상임이사 등의 경영진에게 양평지방공사 납품 건과 관련한 사실 해명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이사회에는 양평지방공사와의 거래 실무를 담당한 유통지원센터 신모 팀장 및 (현재 직무정지 상태인) 허모 센터장 등, 47억원 계약을 둘러싼 축협 안팎의 관계자들이 출석해 이번 사태에 관한 이사들의 질문에 답변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장시간 이사회 끝에 일단 축협이 내놓은 입장은 '6월 양평지방공사와 체결한 47억원의 계약은 조합장 결재 없이 허모 센터장 직권으로 이뤄졌다'는 것. 거래의 실무를 맡았던 신모 팀장은 "유통센터장에게 결재를 받고 업무를 추진했다"고 답했으며 현재 직무정지 상태인 허모 센터장은 "자신이 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47억원어치의 거래를 전ㆍ현직 조합장 모두와 무관하게 허모 센터장이 주도했다는 것이다.

정영철 조합장은 '본인은 8월에야 이 계약 건을 알게 됐으며 계약서를 확인해본 결과 일부 문제점이 드러나 계약서를 보완하는 서류를 8월22일경 본인 책임 하에 지방공사와 주고받았다'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설명이란 것이 축협 일부 이사들의 지적이다.

이사 A씨는 "계약이 체결된 6월27일은 조합장 선거가 끝난 6월12일 이후로, 당시 정영철 조합장은 취임하기도 전이었으며 홍성권 전 조합장은 사실상 직무정지 상태였다"며 "그런 상황에서 47억원이나 되는 계약이 조합장 결재나 이사회 승인도 없이 유통센터장 결정으로 이뤄졌다는 것을 어느 조합원이 곧이곧대로 이해하겠느냐"고 말했다. 또 그런 점에서 A 이사는 6월27일자 계약서가 허위로 작성된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축협 측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입장. 정영철 조합장은 "양평지방공사와 6월27일에 체결한 계약서가 분명 존재하며 이 계약서엔 조합장의 서명이 들어간 것이 아니라 조합의 사용 인감이 사용됐다"고 밝혔다.

축협 '소송으로 47억원 회수 문제없다'
양평지방공사도 132억원 사기 당해
지방공사 정아무개 사장 직위해제

47억원 미수금 사태와 관련한 옥천영동축협의 주장을 종합하면 이렇다. 조합장 선거(6월12일)가 끝나고 정영철 조합장이 취임도 하지 않은 보름여 기간 중 유통지원센터 허모 센터장이 상임이사나 조합장의 결재도 받지 않고 조합 인감을 찍어 양평지방공사 측에 47억원 고기를 납품하는 계약을 체결했다는 것. 하지만 6월부터 8월 초까지 고기를 납품했음에도 대금이 들어오지 않자 문제가 불거졌고 뒤늦게 이 사실을 안 정영철 조합장이 사태 수습에 나섰으나 언론 보도로 이것이 외부로 알려지며 문제가 커졌다는 것이다.

축협 측은 일단 사태를 수습해나가며 거래 책임자들의 업무상 과실을 묻는 자체 징계와 함께 이번 계약으로 조합이 입은 손실 등에 대해선 필요할 경우 형사고발 등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정영철 조합장은 "6월에 체결된 계약서가 허위는 아니지만 보고라인을 지키지 않은 것은 분명하며 현재 거래의 전 과정을 소상히 조사 중에 있다"며 "이 건으로 조합원들이 불안해하고 전화도 오고했지만 자칫 외부로 잘못 알려지면 조합에 불이익이 올 가능성이 있어 속 시원히 말씀 드리지 못한 부분은 안타깝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한 가지 우려는, 계약서 작성 및 결재 경로, 납품 등의 과정이 명확히 규명되더라도 지방공사에 고기를 납품하느라 축협이 미리 지출한 47억원의 고기 값을 공사 측으로부터 완전 회수할 수 있냐는 점. 현재로선 '납품했다'는 축협과 '받은 일 없다'는 양평지방공사 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어 이후 진실은 법정에서 가려질 전망이다. 일단 축협 측은 재판에서 이길 자신이 있다는 입장. 정영철 조합장은 "금액이 크다보니 염려하시는 조합원들도 있지만 우리 측에서 거래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서류들을 갖고 있기 때문에 법원에서도 불리할 것이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경영진의 설명에도 조합원들은 의구심이 떠나질 않는다는 반응이다. 축협이라는 조직이 47억원이나 되는 거래를 유통지원센터장 단독으로 결정하는 것이 가능한 조직이냐는 점과 자기자본금이 90억원도 채 되지 않는 축협이 납품용 고기 구입을 위해 미리 지급한 47억원을 어떻게 마련했는지 명확한 설명이 없는 한 각종 추측과 불안감은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옥천읍에 사는 한 조합원은 "청원에 있는 유통지원센터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옥천이나 영동의 직원들은 거의 알지도 못한다는 소리를 종종 듣곤 했다"며 "센터장 하나만 징계하면 끝나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 안 되는 것 투성이"라고 말했다.

■ 양평지방공사도 사기, 진실은 법정에서 가려질까

10월5일자 본지 보도를 통해 '옥천영동축협이 터무니없는 주장과 소송을 걸고 있다'며 법적 대응에 나선 양평지방공사 측도 상황이 복잡하긴 마찬가지. 축협 건과는 별도로 양평지방공사 역시 최근 축산물유통업체인 J사로부터 132억원에 이르는 납품 사기를 당해 해당 업체 대표가 구속되는 등,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양평군은 이 건에 대한 책임을 물어 10월2일자로 지방공사 정아무 사장을 직위해제하고 공무원들로 자체 티에프팀을 꾸려 공사에 파견, 사태수습에 나선 상황. 양평군은 J사의 자산에 설정해 둔 175억원 상당의 근저당을 통해 미수금 회수에 나설 계획이며 옥천영동축협 건과 관련해선 '계약서도 없고 거래 사실도 없다'며 축협의 소송에 맞소송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한편, 지난 한 주간 이번 사태와 관련해 특별감사를 실시한 NH농협은행 충북본부는 소송이 진행 중인 상황이라 감사 결과를 밝힐 수 없다는 입장. 충북본부 검사국 관계자는 "구체적인 감사 내용은 양평지방공사 측과의 소송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어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 경기도 양평군 양평지방공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