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15일 송유관이 파손되면서 십 만 리터 가량의 기름이 유출됐고, 인근 토양과 농작물은 삽시간에 기름세례를 받았다. 두 달 가까이 사후 대책과 처리문제를 취재하면서 느낀 것은 군의 환경오염에 대한 대처방식이 너무 안이하다는 것이다.
송유관 파손 당시 지적했던 즉각적인 재해대책 본부를 구성, 역동적인 현장 지휘를 통해 상황을 수습하는 장면은 아예 기대하기가 어려웠고, 송유관 주변 긁어낸 기름 먹은 토양폐기물조차도 늑장처리와 감시 소홀로 대한송유관 공사가 다시 폐기물을 펼쳐 놓은 것을 방치했다. 군은 뒤늦게 환경부에 질의를 보내고 대한송유관 공사에 강력한 항의를 했지만, 아직까지 펼쳐놓은 흙은 그대로다.
군 환경수질과 담당자의 얘기를 들어보면, 이런 대처방식은 군의 환경에 대한 안일한 의식에서 비롯됨을 볼 수 있다. “휘발유라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날아가 버렸다. 기름이 물보다 가볍지 않느냐? 지금 기름 맞은 토양 위에도 풀이 자라나고 있지 않느냐? 자연에 의해서 대부분 정화된다.”면서 15일 후에 검사를 맡긴 토양이 국과수 수사결과 오염기준치 이하가 나왔다고 보여준다.
자연 정화를 너무도 맹신하는 환경담당자는 일반적인 상식(?)을 자꾸 요구한다. 휘발성이 강해 다 날아가서 별 피해가 없을 거란다. 상식적인 얘기 아니냐고 되묻는다. 관련기사에서 환경단체가 지적한 대로 그 휘발유는 다 어디로 갔을까? 물론 공기 속으로 휘발된 량도 일정부분 있을 것이다. 그러면 공기 오염을 가중시켰을 것이다. 8월들어 20일 이상 내린 비로 하천이나 지하수로 유입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그것은 수질을 오염시켰을 것이다.
그리고 토양에 스며든 기름은 토질을 좋게 하는 미생물들을 죽였을 수도 있다. 그것은 토질을 약화시켰을 것이다. 혹시 환경관련 단체나 기타 전문가들에게 토양오염에 대해 자문을 구한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학자들은 서로 얘기가 달라서 헷갈린다고 답한다. 그러나 군 환경담당자들의 이같은 낙관론에도 불구하고 인근에 사과, 배 등 과수원을 갖고 있는 농민들은 이 피해가 언제 가시화되어 나타날 지 걱정하고 있다.
이미 몇몇 나무는 시들고 나뭇잎 색깔조차 다른 나무에 비해 퇴색되어 있음을 공무원은 물론 군의원들까지 확인한 상황이다. 군내에서 발생한 환경오염 사안에 대해 주도권을 갖고 해결한다기보다 일개 공사에 끌려다니는 인상을 주고 있는 환경행정이 주민들의 눈에는 미덥지 못하다. 군 환경수질을 담당하는 공무원들이 자기의 땅이라 생각한다면 휘발유 세례를 받은 땅을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정화로 해결이 된다고 쉽게 말할 수 있을까?
어떻게든 땅을 되살리고픈 마음에서, 환경을 생각하는 애정으로 사고 후 각별한 신경을 썼더라면 토양오염에 관한 학계의 전문가들에게 질의를 하고, 기타 환경단체들과도 협의를 통해 좀 더 빠른 시일 안에 기름에 오염된 땅을 회복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