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지방분권 외치며 지역의 소리는 외면
[기자의 눈] 지방분권 외치며 지역의 소리는 외면
대선 질문지 약속은 철석같이, 실제 답변은 3명 뿐
  • 이안재 기자 ajlee@okinews.com
  • 승인 2002.12.13 00:00
  • 호수 6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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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가 이제 막바지다. 후보로 나선 7명 모두 저마다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우리나라를 튼튼한 반석 위에 올려 놓을 것처럼 선전한다. 눈에 뻔히 보이는 선거술수지만 당장 유권자의 선택일이 다가오면서 이 공약, 저 공약을 마구 풀어놓고 있다. 그나마 올해 선거가 다행이라고 느껴지는 것은 서로를 헐뜯고 비하하는 선거전략보다는 정책공약에 대한 비중을 높이고 있는 점이라고 전문가들이나 주민들은 말하고 있다.

대통령 후보들이 한결같이 내세우는 발전을 위한 정책공약에 대해 실현성이 있는 지, 없는 지를 판단하기란 나로서는 어려운 일이다. 그만큼 날고 뛴다는 인재들이 모여 만든 국민과의 약속 아니겠는가? 그래서 얘기인데 요즘 지방사람들 살 맛나게 생겼다.

이회창 후보는 충청남도 서해안 일대에 디즈니랜드와 같은 관광시설을 만들겠단다. 아울러 아산지역에 온천 관광지를 대단위로 개발해 좋은 고장 만들겠다는 약속도 했다. 우리 고장과 관련해서는 청주까지 직통도로를 개설하고 옥천 사람들을 더 잘 살게 하겠다고 했단다. 공식적으로 들은 바는 없지만. 

노무현 후보는 행정수도를 충청권으로, 그것도 국토의 중심지에 옮기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그래서 우리 옥천에 행정수도가 옮겨질 지도 모른다는 기대감도 갖게 한다. 국토의 중심부 위치가 맞는 얘기라면. 철도면 철도, 고속도로면 고속도로, 국도면 국도가 지나는 교통 편리한 중심부에 우리 옥천이 있으니 옥천이 후보지 중 하나에 속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란 섣부른 생각도 든다. 노 후보는 고속철도 오송분기점 유치와도 관련해 자신이 당선되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단다. 

권영길 후보나 장세동 후보, 이한동 후보 등도 잇따라 그동안 지방에 불과했던 충청도에 들러 이런저런 얘기를 내놓고 있다. 그중 이 후보나 노 후보는 충청도 주민들의 귀를 솔깃하게 하는 얘기만 골라서 한다. 역시 `지방에 대한 관심을 평소에 많이 갖고 계시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그러나 이번 대통령 선거에 후보로 나선 분들의 국가정책과 지역정책을 어떻게 연계시켜 나갈 것인가를 살펴보고 대통령 선거를 우리 고장 주민들의 축제로 연계시켜보려는 옥천신문의 소박한 꿈은 바쁘신 대통령 후보님들의 무관심에 단칼에 날아가 버렸다.

일곱 명의 후보에게 우리는 우리 고장과 관련한 정책공약이 무엇이 있는 지를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이 요구는 우리 고장 사람들에게는 구체적인 삶의 현장에서 절실한 문제였다. 그런데 기한 내에 답변을 주신 후보님은 단 세 명이다. 민주당 노무현 후보, 사회당 김영규 후보, 무소속 장세동 후보.

원내 제1당인 거대야당 이회창 후보에게서는 `워낙 많은 자료들을 각 언론사 등에서 요구하고 있어서 답변을 해주지 않기로 했다'는 답변을 얻을 수 있었다. 이 대답은 `너희같은 시골 신문에서 무슨 대통령 후보에게 답변을 듣는다고 까부는 거냐' 하는 식의 얘기로 들려 솔직히 자존심이 상했다. 그것도 지역구 국회의원인 심규철 의원의 자존심을 세워준답시고, 심 의원을 통해 후보 사무실에 전달될 수 있도록 하는 나름대로의 배려를 우리는 했다.

심 의원의 오인수 보좌관의 답변을 들으며 중간에서 입장이 난처하다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이 후보가 다른 후보들보다도 특별히 바쁠 것이(?)라고는 생각되지만 고압적인 자세 아닌가 싶어 내내 찜찜하다. 하나로국민연합의 이한동 후보는 답변서를 보내주겠다고 철석같이 약속했다. 결과는 `답변서 도착하지 않음'이다.

노동자·농민들의 당이라고 선전하며 서민들의 삶에 가까이 가겠다는 의지를 보이며 지지도가 상승하고 있다는 민주노동당은 중간 확인 결과 질문서를 잃어버렸다고 했다. 그래서 질문서까지 다시 보내주는 성의 표시(?)를 했지만 약속과는 달리 답변서는 끝내 도착하지 않았다.

농민이 절반 가까이 살고 있는 시골에 대한 관심부족 아닌가. 담당자에게도 답변이 없을 경우 있을 수 있는 불이익을 알렸다. 오죽했으면 그랬을까? 스님으로 이번 대선에 출마한 호국당의 김길수 후보 역시 지방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답변서를 보내주겠다고 했지만 약속을 어겼다.

거대야당의 대통령 후보로 국정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후보가, 이번 대통령 선거전의 이슈 중 하나가 지방분권과 활성화이고 자고 나면 지방의 중요성을 외치고 있는 네 명의 후보가 실제로는 `작은 시골의 지역언론이니까 답변 같은 것은 해주지 않아도 된다'라고 생각했을 지도 모른다. 아니 지역을 깔보고 있다는 것이 더 정확할 지도 모르겠다.

팔과 다리가 성하지 않은데 머리만 크다고 이 나라가 잘 꾸려지는가. 지방은 다 죽어가는데 서울만 살찌울 구실을 찾고 있는 것은 아닌가. 대통령선거는 중앙무대에서의 남 얘기가 아니다. 우리 고장의 현실이고 우리의 손으로 직접 뽑아야 하는데 후보자들이 우리 고장의 현안과 국가정책을 어떻게 연결시키고 있는 지는 알아야 할 것 아니겠는가.

어떤 지역개발 공약보다도 후보들의 정책의지나 인식도가 중요하다고 본 게 이번 질문서를 보낸 이유였다. 그런 이유에서 대선 후보의 절반 이상이 작은 약속 하나 실천하지 못하는 사람임을 확인한 게 수확이라면 수확이다.

그래도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 다음 대통령선거 때에는 더 많은 주민들의 염원을 모아 후보에게 요구하고 우리 입장에서 생각하도록 만들 것이다. 지방이 튼실한 뿌리 구실을 해줄 때 결국 중앙에서 잎과 결실은 더욱 탐스러울 것이라는 것을 우리는 믿는다. 유권자와 지역과의 작은 약속까지도 지킬 줄 아는 후보를 유권자들은 원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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