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교장 감금치상혐의로 법원에 구속된 학부모가 집행유예로 석방된 이후에도 학교와 학교운영에 대한 입장차로 대립했던 교장과 일부 학부모간의 감정대립이 해결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옛 어머니회 임원 중 일부 학부모는 지난 12일부터 충북도 교육청 정문에서 1인 시위를 시작하는 등 적극적으로 학교문제의 시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12일 1인 시위를 한 학부모 김아무(42)씨는 ‘충북교육청은 학내문제를 지역갈등으로 증폭시킨 책임을 질것’과 ‘학부모의견은 모두다 교권침해인가 등의 주장을 담은 피켓을 몸에 두르고 시위를 벌였다. 학부모들의 1인 시위는 다음 주까지 계속되며, 7월19일 시위부터 참교육실현학부모연대 등 시민단체도 가세할 것으로 알려졌다.
어머니회 임원들과 교장 사이의 갈등을 중재하려는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역 농민회 회원인 민아무씨는 폭행사건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 있은 직후, 학교 쪽의 중재요청을 받고 교장과 학부모간의 대화의 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무위로 돌아간 화합의 노력
민씨는 “학교 측으로부터 중재에 나서줄 것을 제의받고, 양쪽을 오가며 대화의 장을 만들어 보려고 최선을 다했다”며 “처음, 학교와의 대화에 부정적이던 어머니회 임원들을 설득하고 나니, 이번에는 중재를 요청했던 학교가 어머니회와의 대화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학교 측에서는 지나간 문제에 대해 학부모들과 대화하는 것을 거부하는 것 같다”며 “문제가 되는 일은 빼놓고, 학부모와 학교가 하는 대화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시위에 나선 학부모들은 학교문제에 대해 학교장에게 이의를 제기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불상사로 학부모가 구속되고 법정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만큼, 일방적 학사운영으로 빌미를 제공한 교장도 교육공무원으로서 어떠한 형태가 됐든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학부모 박아무(37)씨는 “학사운영에 대해 학교 측에 이의를 제기했던 어머니회 임원들은 교장 폭행사건이후 지역에서 나쁜 사람들로 낙인찍혀 철저히 소외되고 있다”며 “학교는 소수 학부모의 이러한 심각한 상황을 모두 알고 있으면서도 학교의 잘못을 인정함으로서, 어머니회 임원들에 대한 지역의 오해를 풀고, 화합을 유도하려는 자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는 지역에서 매장 당했다”
학부모 김아무(36)씨도 “폭행사건의 판결이 있은 뒤 학교가 학부모간의 상처를 책임감을 가지고 쓰다듬어 주길 기다렸던 것이 사실”이라며 “학교가 대화조차 거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간 지역의 일부 학부모로부터 당한 심한 모욕과 명예훼손에 대해 더 이상 참고 살 수 없으며 법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이 학부모는 지난 9일 옥천경찰서 사이버수사대에 군 교육청 게시판에 올라온 글을 증거로 제출하고, 아이들의 구체적 성을 거론하며 ‘아이들을 데리고 마을을 떠나라’는 등의 글을 올린 인물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 학교문제가 또 다른 수사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대화의 필요성 인정, 그러나...”
ㅇ초등학교 박아무 교장은 학교문제로 파생되고 있는 학부모간의 갈등과 관련하여 대화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그러나 이미 지나간 문제를 또 다시 거론하는 대화는 학교발전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박 교장은 “학부모들이 향후 학사운영에 대한 어떠한 의견을 제시할 경우도 이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수용할 자세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또 “일부 학부모가 요구했던 내용은 모두 빠짐없이 학사운영에 반영됐다”며 “과거문제를 되짚자는 자리가 아닌, 미래의 학교발전을 위한 대화의 장이라면 어떠한 경우도 적극적으로 나설 용의가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박 교장은 “교육현장은 이제 안정과 정상을 찾았다”고 말하고, “더 이상 학교문제가 외부에서 거론되는 일은 아이들을 생각할 때 바람직한 일이 아니라고 본다”고 얘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