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 제일의 관광지로 안내면 장계리를 꼽는데 주저할 사람은 없다. 호반에 위치해 경관이 좋고 볼거리.탈거리 많은 곳, 장계국민관광단지가 지난 7월 개장하면서 이곳 장계리는 명실공히 옥천을 대표하는 관광의 명소로 전국에 알려진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장계리 6만여평의 넓은 땅위에 청룡열차.바이킹.우주전투기 등 12종의 놀이시설과 가족단위로 쉴 수 있는 시설이 계획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벌써 6년전인 86년이었다. 당시 국민관광지로 지정을 받으면서 대청댐 건설당시 옥천에 대한 약속인 호반관광도시에의 꿈은 무르익어 가는 듯 했고...
그후 국민관광지는 환경관련법들이 점차 강화의 길을 걷자 최초 계획이 점차로 축소되는 등 주민의 여망에 찬물을 끼얹으면서도 60억여원의 민자를 유치, 우여곡절 끝에 완공되어 마침내 중부권의 대규모 관광위락시설로 발돋움하게 되었다. 이제 장계국민관광지 대청비치랜드는 전국의 각 관광명소를 소개하는 책마다 일제히 소개돼 옥천을, 더 좁혀서는 안내면의 장계리를 알리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현재 추진중인 주차장 확보사업만을 숙제로 남긴 채 우리 지역에 들어선 이상 크게 붐벼서 자랑거리로 만드는 한편 마을을 활성화시키는 계기로도 십분 활용되기를 주민들은 더 바라고 있다. 따라서 주민들은 이곳 장계리 일대(엄밀히 자연마을 단위로는 장사리 또는 진모래이다)가 관광지로 지정된 이후 금지된 상가 등의 신개축 금지조항을 하루빨리 풀어 좀더 깨끗하고 쾌적한 그야말로 업소시설로도 일류급의 관광단지를 조성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또한 이곳 장사리 주민들은 대청댐 수몰로 농경지가 물에 잠긴 이후 장계국민관광단지의 조성으로 또 한번 농사지을 땅을 없앤(?) 대가를 비싸게 치러야 하는 현실에 이르러 이러한 관광지 규제를 없애고 자유롭게 아무라도 상업활동에 임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고 있다. 이곳에 사는 주민이 아닌 욱계쯤 주민들도 장계관광지와 관련해 바람은 있다.
관광지가 활성화돼 지역농산물 판매코너가 현지에 마련되는 것. 이러한 구조만 실현된다면 장계리는 관광지가 형성된 장사리 뿐만 아니라 대청호로 인해 졸지에 교통오지가 된 욱계, 가경주, 주막말까지 관광지 형성으로 인한 실질적 소득증대 효과를 거두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장계리는 본래 관광지가 있는 장사리(진모래.18가구)와 욱계(8가구), 가경주(6가구), 논골(2가구), 주막말(3가구) 등 5개 자연마을로 이루어져 있다.
대청댐이 생기기 이전에 거의 100가구 가까이 되던 교통편리한 장계리야말로 수몰을 전후하여 가장 큰 변화를 가져온 마을중의 하나이다. 수몰전 가경주 강기슭부터 장사리까지 하얀모래가 4km가 넘게 펼쳐진 장계리 수영장이 있었고 해마다 여름이면 수영인파로 북적댔음은 물론 직행버스까지 정차했을 정도였음을 아는 이들은 많다.
이때까지 건너다니던 장계교는 군북면의 8경으로 꼽힐 정도로 아름다운 경관을 지녔으며 비만 오면 물에 잠겨 학교를 안가게 돼 어린학생들만 좋아지냈던 추억담을 나눈지 겨우 10여년인 것을 보면 세월의 무상함을 누구에게 탓할수도 없을 일이다. 옛 장계교를 두고 군북8경이니 하는 것은 지난 73년 7월1일 행정구역이 변경되기 전까지 장계리가 군북면에 속했음을 말한다.
수몰로 인해 가장 크게 달라진 현상이 있다면 옥천읍 수북리로부터 욱계, 가경주를 거쳐 인포리로 지나던 옥천-보은간 국도가 군북면 국원.소정리.장사리를 거쳐 인포리로 노선이 변경된 것. 이를 두고 이곳 주민들은 '천지가 개벽을 해서 마을의 명암이 바뀌었다'고들 얘기한다. 그나마 올해 안내면 오지종합개발사업을 통해 욱계로 들어오는 진입로가 약 2km 가깝게 포장되어 교통오지 주민들의 아픈마음을 조금이나마 어루만져 주었다. 그래서 장사리와 기타 자연마을의 산업구조상 특징은 뚜렷이 구별된다.
장사리의 경우 상업을 비롯해 마을의 경지 대부분이 수몰지, 관광단지 용지로 편입되어 실제 산업 활동을 할만한 터전을 잃은 셈이 되었고, 기타 나머지 4개 자연마을은 옛부터 행해오던 비탈밭 가꾸기가 전부이다. 지역적인 특성으로 인해 논은 상대적으로 적고 고추.참깨 등 일반적인 생산물이 대부분이며, 노동력의 노령화 및 이농으로 옛 주산물이었던 담배는 현재 박찬웅 이장 혼자 재배하고 있다.
마을의 가장 젊은층으로 남아있는 층이 김민옥(30) 새마을지도자이다. 농촌에 뿌리박고 살기로 일찍부터 결심한 김씨는 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고향에 정착, 현재 장계리에선 유일하게 사과재배를 1만4천평 가량하고 있다. 올해의 경우 사과값의 폭락으로 별 재미를 못보았지만 "도시에 나가 열심히 일하는 만큼 농촌서도 열심히 하면 잘 살 수 있다"는 말처럼 주위 어른들의 격려속에 화목하고 단란한 가정을 꾸며 효행심이 깊다는 칭찬을 받고 있다.
김씨 가족의 경우 올해로 95세된 할머니를 비롯하여 4대가 함께 살고 있는데 특히 어머니 육순원씨와 부인인 황미경씨의 우애가 좋아 올해 충북도에서 화목한 고부간으로 표창을 받고 제주도 여행까지 다녀왔을 정도. 또한 장사리에서 강변식당을 운영하는 이승분(42)씨의 선행도 두고두고 예깃거리가 되고 있다.
농사를 짓는데 가장 큰 어려움이라면 역시 대청호로 인한 안개일수의 증가. 안개일수가 늘어남에 따라 우선 일조량이 부족한 것은 물론이고 각종 병 발생률이 높아져 과수재배가 적합하지 못하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금년의 경우 포도수익의 증대로 인해 포도재배농가가 두농가로 늘어난 사실이 특기할 만할 뿐 기타 특산물을 생산하는데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만 앞으로 토종꿀인 한봉을 해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긴 하다.
출향인으로는 재경 안내면 향우회장인 금영빈(서울)씨가 때때로 마을을 위해 관심을 보이고 있는 한편 정진호씨가 회장으로 있는 출향인.마을사람을 망라한 위친계원들이 해마다 모여 출향인과의 가교역할을 하고 있단다. 현재 군 체육청소년계장인 금영재씨가 욱계 출신이다. 장사리를 제외한 4개 자연마을은 교통불편 외에도 먹을수 있는 식수가 부족해 식수곤란을 받고 있는 점과 지형상 마을이 멀리 떨어져 있어 경로당 등 마을복지시설을 세울 곳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 고민...
어렵기는 하다고 하지만 욱계-수북리간 직통도로 개설이 이들의 교통오지를 풀어줄 유일한 대안이라는데 이의를 달 주민은 없다. 한가지 특이한 점은 각종 선거때마다 군내에서는 유일하게 가정집에 투표소가 마련되어 있는 점. 십수년동안 투표소가 차려지는 박찬영씨 집은 투표일만 되면 거의 마을잔치를 하곤 한다. 유권자 수도 가장 적은 마을. 이 마을주민 역시 희망과 함께 많은 기대를 갖고 살고 있는 보통시대의 사람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