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한옥의 나무 마루에 앉아 전통유기그릇에 담긴 비빔밥을 먹을 수 있는 곳, 옥천 구읍의 ‘마당넓은집’이다. 비빔밥 전문점이지만, 마당넓은집을 찾은 손님들은 밥 이야기 보다 집 이야기를 먼저 묻게 된다.
“이 건물은 약 80년 가까이 된 전통주택입니다. 조선시대 7대 부자라는 분이 세우고 주인이 몇 번 바뀌다 저까지 이른 것이죠. 한때 이 건물은 옥천여자중학교가 옮겨가기 전에 교무실로 사용됐습니다. 집이 너무 좋아 민속박물관으로 꾸미고 싶었는데, 여의치 않아 아내가 비빔밥 전문점을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서예가 김선기(50)씨는 박물관으로 활용하지 못해 아쉽지만, 많은 사람들이 옛집의 정취를 즐길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한다고 말한다. 김씨는 이 집이 아내 성화열(46)씨가 비빔밥에 기울이는 정성만큼이나 큰 정성을 자신에게 요구한다고 한다.
“이른 새벽 일어나 마당부터 지붕까지 구석구석 손대지 않으면 손님들에게 이 집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전달하기 어렵습니다. 건물이 옛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으면서도 손님들이 불편을 느끼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마당넓은집의 비빔밥은 이 집의 안주인 성씨의 손끝에서 나온다.
“오래 전부터 차(茶)를 즐겨 담았어요. 발효시킨 매실로 고추장을 담게 되었고, 그 고추장이 오늘의 마당넓은집을 있게 했지요.”
마당넓은집 성화열(46)씨는 비빔밥이 차에서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발효시킨 매실차로 담은 고추장이 비빔밥 맛의 핵심. 비빔밥에는 항상 제 철에 나는 신선한 나물을 사용하고, 반찬 또한 그렇다.
“개업한지 이제 4개월이 지나 아직 손님들의 입맛을 완전히 파악하지는 못했지만, 젊은이부터 어르신까지 골고루 좋아하시는 것 같습니다. 이제 날씨가 추워지면 따듯하고 든든하게 먹을 수 있는 차림도 개발 할 생각입니다.”
가을이다. 옛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마당넓은집은 가을과 어울리는 맛과 멋을 지닌 집이라는 느낌으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