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 어린이날은 ‘정순철 선생’의 ‘평등’ 정신 함께 담겨야
옥천 어린이날은 ‘정순철 선생’의 ‘평등’ 정신 함께 담겨야
  • 김기연 기자 kite@okinews.com
  • 승인 2024.05.10 14:50
  • 호수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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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 행사가 대대적인 변화를 이뤄야 한다는 바람은 올해도 이어졌다. 이제는 ‘주제’가 있는 어린이날로 옥천만의 색을 겸비해야 할 시점이라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 최초 어린이 운동단체 색동회의 구성원으로서 어린이와 여성의 평등을 강조해온 정순철 선생의 철학을 느껴볼 수 있는 장으로 옥천 어린이날의 의미를 확장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올해 면 단위지역에서유일하게 어린이날 행사를 준비했던 청산면주민자치회(회장 박선옥)는 테마를 ‘정순철 짝짜꿍 버스킹’으로 잡았다. 정순철 선생을 기억하는 생가행진을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등 “옥천의 어린이날은 곧 정순철 선생의 정신”이라며 첫 단추를 꿰기도 했다. 옥천군도 올해 문화진흥기금을 조성해 정순철 선생의 위업 정립 작업을 시작한 만큼 이를 보여줄 공간이 옥천 어린이날이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올해도 어린이날 행사에 대한 대대적인 변화의 목소리가 나왔다. 옥천만의 색을 겸비한 ‘주제’있는 옥천의 어린이날을 위해 정순철 선생의 정신을 담아낼 필요성도 제기됐다. 사진은 정순철 선생의 동덕여고 교사 재직시절. (옥천신문 자료창고)
올해도 어린이날 행사에 대한 대대적인 변화의 목소리가 나왔다. 옥천만의 색을 겸비한 ‘주제’있는 옥천의 어린이날을 위해 정순철 선생의 정신을 담아낼 필요성도 제기됐다. 사진은 정순철 선생의 동덕여고 교사 재직시절. (옥천신문 자료창고)

■ “축제 방향 한번에 바꾸기 어려워도 정순철 선생이라는 주제 조금씩 담아내야”

매년 어린이날 행사가 치러진 이후 주민들의 평가는 ‘소외 없는 지역’ 그리고 ‘주제’가 있는 어린이날의 필요성이었다. 지난 5일 개최된 어린이날 큰 잔치의 주제는 ‘아동친화도시 인증 4주년’이었다. 하지만 이번 어린이날 역시 예년과 같이 ‘옥천만의 어린이날’이라는 의미는 찾지 못했다는 평가다.

우리지역 교육관계자 A씨는 “매년 어린이날을 지나고보면 주제가 없다는 것이 아쉽다. 분명 좋은 주제는 많다. 어린이 운동에 가장 앞장서셨던 정순철 선생이 있지 않나. 동요제도 열고 있지만 막상 어린이날이 되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어린이날이야 말로 발굴된 정순철 선생의 곡들을 선보이는 등 저변 확대의 장으로써 활용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올해 어린이날의 주제를 정순철 선생으로 잡아 행사를 준비했던 청산면주민자치회 박선옥 회장은 “축제의 방향을 한 번에 바꾸기는 어려워도 조금씩 정순철 선생이라는 요소를 넣어 그 정신을 되새길 필요성이 있다. 아동친화도시라면, 또 정순철 선생의 위업을 정립하기 위한 작업이 시작됐다면 그걸 보여줄 수 있는 장은 어린이날이 되어야 한다. 어린이의 평등을 누구보다 앞에서 외쳤던 정순철 선생을 어린이날에 담아낸다면 옥천만의 특별함이 보여질 수 있다고 본다. 청산면은 그 점을 염두에 뒀다”고 설명했다.

■ 어린이 운동 넘어 해방운동 주역이기도 한 정순철 선생…기림사업 시작하는 옥천군, 옥천 어린이날을 기림사업 발굴 과제 보여줄 장으로 확장할 필요성도 제기

청산면 교평리 출신인 정순철(1901~?) 선생은 1900년대 방정환, 윤극영 등과 함께 색동회 동인으로서 ‘짝자꿍’, ‘진달래’, ‘형제별’ 등이 담겨 있는 동요작곡집 제 1집 ‘갈닙피리’를 1929년 발행했다. 이후 ‘졸업식 노래’도 작곡하는 등 어두웠던 일제 강점기 및 해방 이후 시대엔 어린이와 학생들에게 희망을 주는 노래를 주로 작곡했다. 이 같은 업적으로 윤극영·홍난파·박태준 선생과 더불어 우리나라 4대 동요작가로 거론된다. 청소년까지 넓은 연령대를 위한 작품 활동을 통해 ‘아동청소년 문화’라는 전례 없던 범주는 만드는 데에 큰 족적을 남겼다는 것이 현재까지의 평가다. 또한 어린이 운동, 넓게는 민족해방운동의 주역이라 볼 수 있다. 충북학연구소에 따르면 정순철 선생은 우리 동요보급을 위해 경성방송에 총 53회 출연한 기록이 있는데 이는 경성방송 프로그램 중 몇 안 되는 한국어 진행 방송이기도 하다. 음악교사이기도 했던 정순철 선생은 여성교육의 확대를 위한 교육 활동에도 앞장서는 등 평등사상을 실천한 선두주자라는 평가도 함께 나온다.

이에 옥천군은 올해 정순철 선생 기림사업의 일환으로 한국동요 100주년 기념 동요포럼 및 콘서트를 준비하고 있기도 하다. 올해 초에는 청주소재 극단과 연계해 정순철 선생의 정신을 녹여낸 희곡 ‘노래아이’ 공연이 충북민속예술제 공연에서 선보여지기도 했다. 이 같은 문화진흥 관련 사업을 통해 정순철 선생의 기림작업이 차츰 전개되고 있는 만큼, 발굴된 동요 및 작품들을 어린이날과 연계할 기반은 충분한 셈이다.

지난해 정순철 선생의 생애를 재조명하고 작품 59곡을 엮은 노래집을 발굴해 선생이 동요보급과 어린이운동 및 여성인권운동을 실천했음을 밝혀내는 데에 앞장섰던 충북연구원 임기현 충북학연구소장은 “정순철 선생은 현재 옥천보다 외부에서 더 높게 업적이 평가되고 있다. 고향에서부터 업적이 발굴되어야 하는데 아쉬운 부분이다. 정순철 선생은 국내 최초의 뮤지컬이라 할 수 있는 음악무용극 <포-기>의 음악 감독을 맡기도 하셨을 만큼 세대를 앞서가기도 하셨다. 어린이운동, 여성인권운동, 청년 예술 등 큰 족적을 남기셨다. 옥천군은 아동친화도시이다. 그 기반에는 정순철 선생이 있다고 본다. 청주 등 지역에서는 그 업적에 대한 발굴 작업이 진행 중이다. 이러한 작업은 옥천에서 먼저 시작되어야 한다. 다양한 곡들을 활용한 뮤지컬, 연극, 포럼 등을 주민들에게 가깝게 다가갈 수 있어야 하고 어린이날이 좋은 통로가 될 수 있으리라 본다”고 제언했다.

이에 어린이날 주관단체는 정순철 선생과 옥천 어린이날과의 연계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두 의제를 한데 묶는 논의를 이루어 본 적이 없던 만큼 먼저 논의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옥천민예총 정천영 미술분과위원장은 “정순철 선생은 어린이 운동에 앞장섰고 다양한 어린이 문화운동을 이끌어오셨다. 이러한 기림 활동을 어린이날 행사로 연계하는 방식도 옥천만의 어린이날 행사를 구상하는데 의미가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순철기념사업회 이용재 회장도 “어린이날 행사에 사업회 역시 함께 참여하면 당연히 좋을 것 같다. 오늘의 어린이날이 있는 이유에는 정순철 선생의 활동이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다만 예산 및 협의 등에 대해선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항상 문을 열어두고 적극 논의해 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어린이날큰잔치준비위원회 천성수 위원장은 “심도 있게 논의해 봐야할 주제다. 다만 이러한 기반에는 군에서의 적극 참여도 중요할 것으로 본다. 더불어 아직 이러한 논의를 이뤄보지 못했기에 우선 의제를 공론화해 논의를 이뤄가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군정질문을 통해 정순철 선생의 위상적립 위한 노력을 촉구하기도 했던 옥천군의회 추복성 의원은 “정순철 선생의 위상 정립이 지역의 중요한 과제다. 또한 기림작업이 중요한데 이번 청산면에서 열린 어린이날 행사가 큰 의미를 갖고 있다. 어린이날 행사를 정순철이라는 주제를 담아 지속성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우리지역에서 정순철 선생에 대한 조명이 약하다고 본다. 어린이날과의 연계는 의미가 있다. 사업 구상에 대한 필요성을 군정질문 등을 통해 재차 강조하겠다”고 말했다.

황규철 군수도 “옥천만의 어린이날을 새로이 구상하는 것과 더불어 정순철 선생의 위업을 조명하는 과정에서 주요한 구상이라고 본다. 다만 정순철 기념사업회 및 어린이날추진위원회 구성단체 등과 아직 논의를 이뤄보지 못한 만큼 관련단체들과 의견을 한데 모으는 것을 먼저 시작해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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