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용문향] 눈 내리는 대숲가에서
[지용문향] 눈 내리는 대숲가에서
[정지용문학상 제11회 수상작] 송수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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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6.10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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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들이 휘인다
휘이면서 소리한다

연사흘 밤낮 내리는 흰 눈발 속에서 
우듬지들은 흰 눈을 털면서 한 소리하지만
아무도 알아듣는 이가 없다

어떤 대들은 맑게 가락을 地上에 그려내지만
아무도 알아듣는 이가 없다

눈뭉치들이 힘겹게 우듬지를 흘러내리는 
대숲 속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삼베 옷 검은 두건을 들친 백제 젊은 
修士들이 지나고
풋풋한 망아지떼 울음들이 찍혀 있다

연사흘 밤낮 내리는 흰 눈밭 속에서
대숲 속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함밤중 암수 무당들이 대가지를 흔드는 
붉은 쾌자자락들이 보이고

활활 타오르는 모닥불을 넘는 
미친 불개들의 소리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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