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용문향] 큰 노래
[지용문향] 큰 노래
정지용문학상 제6회 수상작 / 이성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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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6.16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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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산이 큰 영혼을 기른다.
우주 속에 대붕의 날개를 펴고
날아가는 설악산 나무
너는 밤마다 별 속에 떠 있다.

산정을 바라보며
몸이 바위처럼 부드럽게 열리어
동서로 드리운 구름 가지가 
바람을 실었다. 

굽이굽이 긴 능선 울음을 실었다.
해 지는 산 깊은 시간을 어깨에 싣고
춤 없는 춤을 추느니 
말 없이 말을 하느니 

아, 설악산 나무 
나는 너를 본 일이 없다.
전신이 거문고로 통곡하는 
너의 번뇌를 들은 바 없다.

밤에 길을 떠나 우주 어느 분을 
만나고 돌아오는지 본 일이 없다.
그러나 파문도 없는 밤의 허공에 홀로
절정을 노래하는 너를 보았다.

다 타고 스러진 잿빛 하늘을 딛고
거인처럼 서서 우는 너를 보았다.
너는 내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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