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0월 30일 월요일 황톳길을 맨발로 걸었다. 월요일은 옥천국민체육센터가 휴관하는 날이다. 우리 부부는 두 달 전부터 이곳 국민체육센터를 이용하고 있다. 집사람이 무릎 관절이 아픈 관계로 아쿠아 수영을 시작했고 빠지지 않고 열심히 참여해 많은 효과를 보고 있다. 평소 운동을 멀리 하던 사람이 자신의 몸이 아프고 나서는 적극적이다.
이 날도 체육센터가 휴관이니 걸을 수 있는 곳을 가자고 했다. 나는 반가운 마음으로 선택한 곳이 계족산 맨발 황톳길이다. 마침 은빛수다방도 황대표님의 일정상 쉬게 되었으니 잘되었다 싶었다.
이곳은 대전 외곽지역으로 우리가 살고 있는 옥천 안남에서 대략 1시간 거리에 있다. 오래전부터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힐링 장소이다. 멀지 않은 곳에 있었지만 직접 찾아 체험한 것은 오늘이 처음이다. 많은 사람들이 찾는 관계로 휴일은 너무 복잡하다고 한다. 또한 주차장 확장과 부대시설 공사가 이루어지고 있어 주차와 시설 이용에 다소 불편은 감수해야 한다.
오늘은 평일 한낮 시간이어서인지 붐비지도 한적하지도 않은 적당한 움직임 속에 체험을 즐길 수 있었다. 입구에는 발 닦는 시설과 신발을 보관할 수 있는 신발장이 있었으나 우리는 운동화를 비닐봉지에 넣어 배낭에 달고 걸었다. 걷는 길은 넓은 임도의 1/3(대략 1미터 정도)의 넓이에 물먹은 황토를 두툼하게 깔아 부드러운 감촉을 느끼며 걸을 수 있었다. 발바닥에 전해지는 황토의 부드러움은 정말 좋았다. 낙엽이 떨어져 황토에 묻힌 길은 마치 판화 위를 걷는 느낌마저 주었다.
이곳 황톳길의 전체 길이는 14.5km라고 하는데 우리는 무리하지 말자고 중간에서 되돌아 왔다. 왕복 1시간은 걸은 듯하다. 중간에도 발을 닦을 수 있는 시설이 되어 있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었다. 집사람은 힐링이 많이 되었다고 좋아하며 또 오자고 한다. 나 또한 더 추워지기 전에 다시 찾기로 마음 먹었다.
나는 걸으며 옥천의 장계관광지에 이런 황톳길을 조성 한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의 나래를 펴본다. 이곳은 산속에서 숲길을 걷는 장소인 반면 장계에 만들어질 황톳길은 물을 바라보고 건너편 산을 조망하며 걸을 수 있는 아주 좋은 힐링 장소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의 사회 현상이 노인층이 두터워지고 건강을 우선시 하는 때이다. 이에 따라 관광도 안내자를 따라 휘둘러 보기만 하는 것에서 직접 참여하고 체험하는 것을 선호하는 사회현상인 것이다.
우리 옥천은 국토의 중간에 있어 접근성이 좋고 강을 끼고 있으며 호수를 안고 있는 천혜의 지역이다. 옥천의 지리적 여건과 주변 환경을 최대한 살려 낸다면 어떤 멋진 모습이 나올까? 황톳길을 만든다면 1, 2코스로 나누어 연장자나 연소자를 위한 편안한 길과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좀 더 드라마틱한 코스로 나누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오는 길에 진입구간에 있는 마을에서 보리밥으로 늦은 점심을 먹기로 하고 맛집으로 소문난 보리밥집을 찾았다. 점심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도 테이블이 꽉 차 있었다.
주인께서는 오늘 준비한 재료가 다 떨어졌다고 난처해 하시며 주방에 확인하고는 다행히 두 사람분은 가능하다고 하신다. 우리는 행운을 잡았다고 마주보며 웃었다. 우리 뒤에 들어 온 사람들은 발길을 돌려야 했다.
잘 만들어진 관광 명소가 지역경제에도 이렇게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을 공직자들은 유념하고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이곳 계족산 황톳길을 모델삼아 더하고 빼고하여 잘 다듬어진 힐링 장소가 옥천의 명소로 태어났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보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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