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면 개심리에서 복숭아를 판매하고 있는 강복임(84)씨. 벌써 좌판을 연지 20년이 훌쩍 넘었다. 20년 전까지만 해도 허리도 자유자재로 굽히고, 움직임도 활달했었는데. 세월 따라, 강산이 몇 번 바뀌고 나니 기운이 조금씩 노쇠해진다. 허리 디스크 때문에 시술을 받았는데 여전히 통증은 계속된다. 그래도 포기할 수 없는 일이 있다면 그건 직접 농사지은 복숭아를 판매하는 일이다. 벌써 27년째. 한결같은 시간에 한결같은 인심으로 좌판을 오고 가는 다양한 사람을 만난다. 12일 오후 기자가 강복임씨네 좌판을 방문했을 때도 대전 등지에서 다양한 소비자들이 직접 찾아온다. 벌써 몇 년째 이어진 인연이다.
"한 번 찾아오고 또 맛이 생각나서 왔다는 손님들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지. 덤도 인색하지 않게 얹어줘. 여러 사람이랑 나눠 먹고 또 찾아오라고. 오늘 온 손님도 지인에게 소개 받아서 왔다네. 이런 게 장사하는 맛 아니겠어?" (강복임씨)
강복임씨는 복숭아 좌판에서 터줏대감 역할을, 아들 김상형(60)씨는 농사일을 도맡아 한다. 3천평 규모의 밭에서 백도, 황도 등 다양한 복숭아를 농사짓는다. 7월 중순에는 물렁물렁한 백도가 한창 나온다. 8월 중순 즈음에는 노란 빛깔이 식욕을 돋게 하는 황도를 만나 볼 수 있다. 물렁물렁한 복숭아 식감을 선호하지 않는 사람들은 8월 초쯤 나오는 아삭아삭한 백도를 먹으면 된다. 소비자 기호 따라 설명해 주는 그의 모습에서 전문가의 느낌이 물씬 느껴진다.
"몇 년 전 냉해를 크게 입었는데, 참 웃긴 게 그 여파가 아직까지 이어진다는 것이에요. 나무가 자연적으로 나아지기까지 시간이 조금 걸리는 건지. 농사일 이라는 게 참 그래요. 그래도 올해 당도도 식감도 좋은 복숭아가 주렁주렁 매달려서 다행이에요. 저희 복숭아는 어머니와 아내, 가족들의 정성이 담겼죠." (김상형씨)
강복임씨에게 좌판에서 무료한 시간을 어떻게 달래냐고 물었다.
"며칠 전에 노래하는 라디오가 고장이 났어. 그게 있었을 때는 시간이 잘 지나갔는데 말이야. 그래도 오가는 손님들이랑 말 한 마디 주고받으면 재밌어. 아들도 자주 오고. 앞으로 바람이 있다면 우리 복숭아 잘 팔리고, 또 가족들 건강하게 오래 함께 지냈으면 해." (강복임씨)
강복임씨네 복숭아 좌판은 호반가든(이원면 개심리 430-8) 앞에 있다. 7월 중순 기준 특상 크기 백도는 2만원~2만 5천원, 중간 크기 백도는 1만 5천원이다. 인심이 얼마나 후한지, 덤도 가득가득 챙겨주시니 꼭 한 번 방문해 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