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유일한 포도연구소지만, 포도연구소는 다소 애매한 위치에 놓여져 있다. 포도를 많이 재배하는 동이면에 있는 것도 아니고 남부3군을 아우른다고 하지만, 이도 저도 아닌 위치에 섬처럼 존재하는 것이 포도연구소다. 사실 위치는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포도연구소가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낸다면 포도연구소 자체만으로 그 지역 전체가 활력이 돋을 수 있다. 하지만, 옥천은 점점 포도 면적이 줄어들고 있고 포도연구소에서 개발한 품종도 제대로 안착되었다고 평가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 품종개발이란 것이 하루 아침에 되는 것도 아니고 맛과 소비 트렌드가 실시간으로 변하기 때문에 꾸준한 입맛을 가져갈 품종을 개발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일 것이다. 지금이야 저물어가는 해 취급을 받지만, 캠벨얼리 품종은 30년 이상을 풍미해 온 명 품종이었다. 이제 그 자리에 샤인머스캣이 필두로 ‘군웅할거' 품종시대가 다가온 것이다. 이런 포도의 세대교체 시대적 흐름이 있는 가운데 이경자 소장이 새 사명을 받고 부임했다. 포도연구소 사상 첫 여성 소장이다. 충북농업기술원은 7월7일자로 이경자 연구관을 포도연구소장으로 임명했다. 이경자 신임 소장은 충북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식물보호기사 등 농업관련 기사 자격증을 3개 취득하는 등 남다른 연구열정으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아울러 친환경연구과 근무하면서 토양 및 수질분석 연구 등 이 분야에서 수많은 연구성과를 거두었고 보은의 대추연구소 설립과 연구기반조성에 초석을 다지는 등 보은 대추산업 명성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인터뷰 첫 일성으로 내부 연구원들을 개별 분야의 최고수 전문가로 키워내고 어디가서 인기 강사가 될 만큼 키워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포도연구소 인원이 공무직 2명 포함해서 전부 9명이에요. 일단 내부를 다지고 각자가 각 분야의 전문가로서 성공할 수 있도록 적극 도와줄 예정이에요. 포도연구소는 여러가지 분야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게 품종이죠. 포도연구소에서 그간 여러품종을 개발했지만, 안착시키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던 것 같아요. 기본적으로 좋은 품종을 개발하여 농가들에게 보급하고 이로써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외에는 농가들이 포도를 재배하면서 겪는 어려움을 연구를 통해 하나씩 해결해나가는 일들이죠.”
■ 28년 역사 포도연구소, 활력 불어넣겠다
포도연구소는 벌써 역사가 25년이 훌쩍 넘었다. 92년에 옥천시설포도시험장 설립 이후 93년에 청사를 준공하고, 98년에 옥천포도시험장으로 명칭을 변결하고 2007년에 포도연구소로 다시 명칭을 변경했다.
그리고 2010년에 포도홍보관을 준공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포도 홍보관은 너무 비좁고 시설이 열악해 제대로 된 홍보관 구실을 못한다는 평가도 있다. 포도 연구나 품종에 대한 것을 외화하는 과정에서 포도홍보관을 지었지만, 시설도 인력도 예산도 다 부족한 상황이다.
“지금에 와서 보니 포도홍보관이 너무 아쉽게 지어졌어요. 꼭 포도 농가가 아니더라도 와서 포도 관련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고 포도의 역사와 문화를 제대로 알 수 있도록 좀 크게 짓고 인력이나 예산도 편성해 별도로 돌아갈 수 있도록 했어야 하는데 지금은 세미나실로 가끔 쓰이고 포도 관련 인테리어를 해놓은 것 같아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여력이 된다면 제대로 다시 한번 지었으면 하는데 어떻게 예산이 될 지 모르겠어요.”
청성면 산계리와 청산면 신매리에 바로 인접해 포도연구소와 내수면연구소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둘은 어떤 시너지 효과도 내지 못하고 지역과 유리된 섬처럼 방치되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물었다. ‘단양에는 내수면 연구소를 기반으로 민물고기 아쿠아리움도 만들어 주민들의 인기도 상당하더라구요. 포도홍보관과 민물고기 수족관 등을 함께 어우러지게 하면서 사람들이 찾는 명소가 되었으면 어떨까요?’
“괜찮은 아이디어인 것 같아요. 두 연구소 다 충청북도 소속이니까 협의를 적극 고민을 해봐야 겠는데요. 어째튼 포도 연구 뿐만 아니라 많은 주민들이 포도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자주 찾는 포도연구소가 되었으면 한다는 데는 공감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가장 핵심적인 질문은 포도산업의 변화이다. 캠벨얼리가 서서히 퇴출되고 샤인머스캣이 그 자리를 차지하며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형국이다.
“아무래도 샤인머스캣 열풍 때문에 공급이 늘어나면서 가격은 떨어지긴 할텐데 그래도 많이 떨어지지는 않을 거라 봐요. 샤인이 일단 먹기 편하고 당도도 높으니까 당분간 인기는 내려가지 않을 거에요. 저희의 과제는 거기에 버금가는 품종을 만들어야 한다는 거죠. 소비자 욕구가 빠르게 변화하는데 반해 한 품종이 제대로 나오려면 적어도 10년 이상은 걸리거든요. 뚝딱 나오는 게 아니니까요. 그래서 10년을 내다보고 육종을 해야 하는데 쉽지 않은 거죠. 저희는 샤인 계통으로 하면서 조금더 색깔을 다양하게 하고 굳이 지베렐린 처리를 하지 않아도 되는 무핵재배가 될 수 있도록 하는 품종을 만들려고 해요. 다만, 품종이 다양화 될 필요는 있다고 봐요. 한 품종으로 획일화되는 건 여러모로 좋지 않거든요. 한쪽으로 몰리지 않게 수급조절을 해야죠. 소비자들도 폭넓게 고를 수 있도록.”
그 외에 포도연구소가 할 일은 많다. 농가들이 겪는 기술적 애로사항, 포도생리장애를 극복하는 거, 토양, 병해충의 문제까지 포도연구소는 이를 해결해주고 대안을 제시하는 역할까지 하고 있다.
그는 무엇보다 지자체 역할이 중요하가도 말했다.
“한-칠레 FTA때문에 포도 폐원이 많이 되었거든요. 아쉬운 측면이 많죠. 포도를 폐원시키기 보다 포도 산업의 축적된 노하우를 조금 더 진일보시켰다면 하는 생각이 있어요. 포도에 대한 다양한 가공과 6차 산업까지의 결합, 이렇게 해서 부가가치를 더 높인다면 포도로 충분히 먹고 살 수 있거든요. 영동이나 보은은 지자체가 같이 예산을 들여 대추연구소와 와인연구소를 만들었는데 이런 열의가 더 필요합니다. 옥천과 영동은 같이 포도를 주품목으로 재배하기 때문에 협력을 통해 같이 나갔으면 하는 바람도 있어요.”
그는 옥천이 시설포도 최초 재배지라는 명성에 걸맞게 포도 산업의 부흥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펼칠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주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포도 면적이 자꾸 줄어들면 포도연구소가 굳이 옥천에 있을 명분이 점차 사라지는 거거든요. 옥천이 조금 더 적극적으로 수십년째 내려오는 포도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앞으로의 비전에 대해 고민했으면 합니다. 포도연구소가 적극 돕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