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오전 옥천전통문화체험관 관성관 입구 앞에 축하 화환이 관람객들을 맞이했다. 한옥으로 지어진 전시실 안에 들어서자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조명 아래 사진 18점이 벽면에 걸려있었다. 장소도 계절도 다른 풍경 사진들이 사람들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백두산 장백폭포, 인도 자이푸르 암베이성, 인제 자작나무, 보성 녹차밭, 안성목장, 법주사 미륵대불, 부소담악, 장령산 설경… 풍경 이름만 들었을 땐 사진들의 접점을 찾기 어렵지만 멍하니 사진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차분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자연 풍취, 유적지의 고즈넉함을 즐길 줄 아는 사진작가의 여유로움이 물씬 풍겨온다.
“그동안 사진작가협회 회원들과 출사해서 찍은 사진들이 많은데 다른 사람에게 홍보할 기회가 부족했던 것 같아요. 마침 군에서 옥천 문화예술인들을 위한 전시 사업이 있었는데요. 운이 좋게 공모에 당선됐어요. 김재종 군수님이 작품 전시사업에 신경 써주셨고, 심대보 사진작가협회 옥천지부장님이 적극적으로 지원해준 덕에 전시를 열게 됐죠. 감사드릴 분들이 많네요.”
■ 계절마다 다른 매력을 선사하는 풍경 사진
이번 전시회를 기획한 박종우(63) 작가는 사진에 입문한 지 20년 정도 됐다. 한국농어촌공사 옥천·영동지부에서 33년 동안 공직생활을 하면서 취미로 카메라를 잡은 게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는 정년퇴직한 공무원 중에 특별한 취미가 없어서 등산하는 사람들을 대전 식장산에 오르면 쉽게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에게 사진은 직장생활을 마무리하고 인생 2막을 준비하고 있는 지금, 취미 이상의 의미로 다가온다.
현재 한국사진작가협회 옥천지부 사무국장을 맡은 그는 협회 안에 여러 사진 분과 중에 풍경을 주로 찍는다. 풍경 사진에 빠지게 된 이유는 제일 무난하기 때문이라고. 사진 찍는 비법은 단순하다. ‘사진은 하나의 표현이자 전달하는 수단’이니 있는 그대로의 순간을 잘 포착해서 찍으면 된다는 것이다. 계절 흐름에 따라 봄이 되면 개화시기에 맞춰서 꽃을 찍고, 여름에는 연꽃을 찍거나 비가 오면 폭포 내리는 모습을 찍는다. 가을에는 알록달록한 색을 자랑하는 단풍잎을 찍고, 장령산에 올라 용암사 일출을 바라보며 카메라 셔터를 누르면 그게 사진이 된다. 겨울에는 정지용 생가에 가서 눈이 쌓인 모습을 사진에 담는다.
이번 사진전을 열기까지 박종우 작가는 전국 방방곡곡 발품을 많이 팔았다. 협회에서 주관하는 사진교육강좌을 찾아 들었고, 각종 공모전이나 촬영대회에 응시를 했다. 그렇게 여러 수상 경력을 거쳐 6년 전 사진작가협회 정회원이 됐다. 보통 사진에 빠져 열심히 활동해도 정회원이 되는데 최소 3년이 걸린다고 한다. 이전에 옥천 나인포토(9 Photo) 동아리 회장을 역임하고, 제21회 옥천지부 회원전 우수작품상과 제31회 충북예술인대회 우수예술인상을 수상하는 등 그가 오랫동안 활동을 이어간 비결은 그저 사진 찍는 게 재밌기 때문이었다. 최근 코로나가 발생하기 전인 올해 1월에는 옥천, 대전 사진동호회 회원 6명과 함께 사진을 찍으러 인도에 다녀오기도 했다.
■ 신기리가 고향인 박종우 작가, 자연에서 예술을 찾아
그가 20년 동안 사진을 찍어오는 동안 시대도 변하고 카메라 기능도 많이 향상됐다. 현재 쓰는 니콘 DSLR 카메라까지 합하면 총 4대째 쓰고 있는데 박 작가는 ‘농부가 장비 탓을 할 수 있겠냐’며 멋쩍게 웃었다. 사진을 배우면서 여러 사람을 만나본 그는 예술을 하는 사람들 특유의 감각이 있다고 들려줬다. 많이 찍어서 숙달되는 경우도 있지만 금방 깨우치는 사람들은 촬영 이론을 알려주면 바로 습득하고, 사진 구도도 나름의 방식으로 터득한다고 설명했다.
옥천읍 신기리가 고향인 박종우 작가는 삼양초등학교 26회, 옥천중학교 23회 졸업생이다. 그는 대전에 고등학교, 대학교를 나오고 군대를 제대한 뒤 현대건설에 입사한 적도 있었다. 그러다 한국농어촌공사(전 농지개량조합) 옥천·영동지부에서 33년 세월을 함께하고 현재 신기리에 살고 있으니 옥천과 인연을 떼려야 뗄 수 없다. 박 작가는 오는 10월에 있을 중봉 충렬제와 지용제 행사 때 사진작가들과 함께 사진전을 하나 더 기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전이나 미술전이나 마찬가지지만 보통 한 곳에서만 전시를 하잖아요. 어디 큰 도시에 있는 전시장에만 여니까 이런 예술 활동을 가까운 곳에서 접할 기회가 많지 않은 것 같아요. 우리고장 주민분들이 편하게 문화생활을 접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 싶어서 이번 순회전을 열게 된 거죠.”
이번 순회사진전은 군에서 시행하는 ‘전시자+전시공간 연계 활성화 사업’의 하나로 추진됐다. 박 작가는 지난 3월 공모를 통해 군의 충북문화재단 기금지원사업에 선정돼 창작지원금 300만원을 받고 이번 전시회를 준비했다. 앞으로 8월4일~7일 옥천읍행정복지센터 로비, 8월11일~13일 농업기술센터 로비에서 전시되고, 박 작가가 상주하며 사진 안내를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