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고도 없는 낯선 농촌지역에 새롭게 터전을 잡아 정착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특히 일평생 도시에 거주하다가 귀농귀촌을 목적으로 지역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부담이나 고민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생활 속 발생하는 모든 문제들을 스스로 해결해야 할 뿐 아니라, 귀농의 경우 농사에 대한 전문 지식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옥천귀농귀촌인연합회는 이런 예비 귀농귀촌인들을 포함해 이미 농촌지역에 정착한 사람들에게 빛과 소금 같은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예비 귀농귀촌인들에게 지역에 대한 이해와 공감대 형성을 돕고, 농사와 관련된 지식들을 공유해 잘 안착할 수 있도록 견인하는 역할을 한다. 이미 정착한 귀농귀촌인들과는 교류를 통해 공동체를 형성하고, 지역 사회를 위한 봉사활동에 적극 나선다.
옥천, 군북, 군서, 동이, 이원, 안내·안남, 청산·청성 7개 지역에 각각 읍면 지회를 두고 있는 연합회는 전체 회원 수가 280명에 육박하지만, 회원 수가 꾸준히 늘고 있다. 연합회의 활동이 옥천 귀농귀촌인들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올해 초 연합회 회장에 취임한 강강수(68) 연합회장을 필두로 임원진인 김서헌(67) 사무국장, 정순점(58) 재무국장은 매일같이 옥천군다목적회관 1층에 위치한 사무실에 출근하며 귀농귀촌인들이 지역사회에 잘 스며들도록 힘쓰고 있다.
■ 귀농귀촌 활성화로 인구 증가 일조
올해 1월11일 취임한 강 회장은 경기도 평택 출신이다. 옥천에 귀농한지는 올해로 5년째로 안내면 현리에서 케이올 땅콩 농사를 짓고 있다. 아무런 연고가 없는 그가 옥천으로 귀농을 결심한 이유는 ‘그냥 옥천이 좋아서’다. 대전에 연고가 있어 자주 다니다보니 우연히 옥천이 눈에 들어왔다. 그렇게 옥천에 조그맣게 집을 짓다보니 점점 일이 커져 지금에 이르게 됐다.
“옥천에 배산임수의 명당이 많아서 너무 살기 좋은 거 같습니다. 게다가 사계절 풍경을 다 볼 수도 있고 맑은 공기는 덤이고요. 특히 내가 먹을 것을 직접 농사를 지어서 자급자족 할 수 있고, 남은 것들은 주변 지인들에게 나눠주는 기쁨도 누릴 수 있습니다.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주변에 옥천 홍보도 되고 정착을 유도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점점 넓혀가는 거죠.”
강 회장은 2년 임기의 귀농귀촌연합회 회장으로 있는 동안 ‘옥천 인구 늘리기’를 목표로 중점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옥천으로 귀농귀촌을 생각하고 있는 ‘예비 옥천인’들과 이미 옥천에 정착한 연합회 회원들 간의 연결고리를 형성해 시행착오 없이 귀농귀촌할 수 있는 바탕을 만들어 외부 인구 유입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귀농귀촌을 꿈꾸는 대부분이 전문 농사꾼들이 아니잖아요. 그래서 예비 귀농귀촌인들에게 충분한 정보 공유를 하고 부족한 점이 있다면 우리 회원들을 활용해서 멘토·멘티 관계를 형성해 드립니다. 서로 같이 협조하면서 옥천 생활에 자연스럽게 적응해가도록 하고 현지 주민들하고 같이 융화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 유기적으로 살아 숨 쉬는 옥천에 큰 만족
옥천군귀농귀촌연합회에서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김서헌씨는 충남 당진이 고향으로 동이면 적하리에 귀농한지 6년째다. 그는 올해 장마기간 동안 농지 400평 정도가 물에 잠기는 수해를 입었지만, 다른 귀농귀촌연합회 회원들이나 마을 주민들을 위해 적극적으로 수해복구 봉사활동에 나섰다. 지난 8월11일 동이면 청마리에 수해피해가 났을 때도 떠내려온 5톤 트럭 3대 분량의 나뭇가지들과 쓰레기들을 연합회 회원들과 함께 치우기도 했고, 침수된 집들의 석고보드도 제거했다.
그는 수해복구 과정에서 군과 주민이 재난피해에 발 빠르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며 옥천에 대한 기존 시각이 많이 변했다고 한다. 기존까지는 느낄 수 없던 옥천 지역사회의 역동적인 모습에 귀농귀촌지로 옥천을 선택한 것에 대한 만족감을 내비쳤다.
“이번 수해 때 관과 민이 한데 뭉쳐져 호흡하며 피해 복구하는 모습을 보고 옥천 전체가 살아 숨 쉬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면사무소에서는 직원들이 직접 나와 진두지휘 하고, 또 우리 주민들도 각자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것들을 하면서 모든 일들이 일사천리로 진행되더라고요.”
■ 내가 겪은 시행착오, 예비 귀농귀촌인들 겪지 않도록
연합회 재무국장을 맡고 있는 정순점씨는 경남 산청이 고향이지만 어렸을 적 상경해 귀농하기 전까지 쭉 서울에서 살았다. 서울에서 34년간 직장생활을 마치고 귀농을 하기 위해 3년간 전국을 돌아다녔다. 전국을 안 가본데 없이 다 가보고 나서야 마지막에 옥천에 정착하기로 결정했다.
그는 현재 정착한지 4년 정도 되었지만 아직도 농촌생활이 힘들다고 말한다. 일평생 아파트에서 살아온 그에게 농촌 생활에 어려운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관리소에서 해결해주던 아파트 생활과 달리 농촌에서의 생활은 스스로 해결해야만 한다. 굴삭기 운전이 가능한 남편은 그 기술을 이용해 마을에 필요한 일들을 하고, 재능을 살려 안내초등학교에서 방과 후 드럼교사로 일 하는 등 농촌생활에 크게 만족하지만, 정씨는 밤농사와 포도농사 등 농사일을 도맡다보니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그래서 그는 예비 귀농귀촌인들이 최대한 시행착오를 겪지 않고 연착륙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크다.
“저희는 5년 전에 와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비싼 수업료 낸 거나 마찬가지잖아요. 이제 새롭게 귀농귀촌하시는 분들은 사전에 그런 것들을 최대한 줄일 수 있도록 선배로서 멘토 역할을 해줘야죠. 그들이 이곳에 잘 적응하면서 지역민과 최대한 갈등 없이 잘 융화할 수 있도록 상담해드리는 게 우리가 할 일입니다.”
■ 예비 귀농귀촌인들 ‘덜컥수’ 두지 않도록, 체험기간 필요해
연합회 임원들이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예비 귀농귀촌인들이 덜컥 귀농귀촌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매몰비용이다. 귀농귀촌을 결심한 사람들이 처음에 지역에 와서 집과 땅을 비싸게 주고 사는 경우도 빈번하고, 특히 농사를 지어야하는 귀농인의 경우 무작정 값비싼 농기계를 구매하는 경우 등 정착과정에서 많은 비용을 낭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임원들은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귀농귀촌인들이 6개월에서 1년 정도 미리 농촌생활을 경험하며 관련 지식을 쌓을 수 있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와 관련해 김서헌 사무국장은 귀농귀촌인의 집 증설을 포함한 합숙시설, 귀농귀촌 관련 교육프로그램 등 제반 시스템이 확충되어야한다고 제언했다.
“귀농귀촌을 결심한 사람들이 옥천이 좋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며 많이들 찾아오세요. 그 분들 말이 실제로 얼마나 좋은지 3개월이나 6개월 정도 살아보면 좋겠다는 거예요. 그래서 우리 연합회가 이런 부분을 어떻게 충족시켜줄지 늘 머리를 맞대고 상의하고 있습니다. 거점을 만들고 예비 귀농귀촌인들이 합숙을 하면서 교육도 받는 그런 연결된 시스템이 필요한 거죠.”
실제 다른 지자체의 경우 예비 귀농귀촌인들의 시행착오를 줄이고 지역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제반 시설을 갖추고 있다. 전북 순창의 경우 예비 귀농인들을 위한 전용 합숙소를 만들고 1, 2개월의 합숙기간 동안 작목 선택 및, 농사 훈련 등에 대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충북 괴산의 경우 시골 지역에 빌라단지를 짓고 자녀를 작은 학교에 전학시키는 귀촌인들에게 임대료를 받지 않고 주거를 제공해주고 있다.
이에 대해 강 회장은 “우리도 예비 귀농귀촌인들에게 그런 것들을 제공해주고 싶지만 빈집이 없다. 있더라고 흉가수준이다”라며 “군과는 이미 제반시설 확충과 관련해서 공감대는 형성이 됐기 때문에 비용 등의 문제만 해결된다면 우리도 가능하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 “옥천 위한 귀농귀촌연합회의 행보 지켜봐 달라”
연합회 임원들은 올해 초 집행부가 꾸려진 이후 매일 아침마다 옥천군다목적회관 1층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급여가 나오는 것도 아니고 군 차원에서도 사무실을 제외하면 지원받는 것이 없지만 귀농귀촌인을 위한다는 사명감 하나로 봉사하고 있는 것이다. 임원들은 자신들의 활동들이 옥천군 전체가 풍요롭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입을 모았다.
“있는 힘껏 활동해 귀농귀촌인 유입을 늘리는 데 일조해 옥천군 전체가 풍요롭게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옥천 군민들도 우리 귀농귀촌연합회라는 단체가 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