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의환향. 처음 골프를 접했던 고향에 다시 돌아오는 기분은 어떨까?
골프는 ‘누구나’ 쳐도 ‘아무나’ 프로되기는 힘들다.
전국에 KPGA프로골퍼 회원이 2천여 명 밖에 안 될 정도로 희소성이 있는 것이 ‘프로’다. 정말 삶을 하얗고 작은 골프공 안에 갈아넣어야 얻을 수 있는 것이 ‘프로’ 작위다. 골프인들이 선망하는 프로가 옥천에도 떴다. 다른 프로도 아니고 옥천이 고향인, 옥천에서 골프를 시작한 이규윤(51, 청주 복대동) 프로다. 그는 인연을 놓지 않았다. 과거 골프에 입문 시켜준 거나 다름없었던 옥천골프랜드 박효근 대표의 ‘강습할 골프 강사 좀 소개시켜달라’는 요청에 본인이 직접 건너온 것이다. KPGA정회원 프로로서 포털에 검색을 하면 이름이 나오고 여타 대회나 방송에도 언급이 되던 그였기에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잡아끄는 고향의 힘은 어쩔 수 없었다고 했다.
그렇다. 이제 옥천골프랜드 연습장에는 돌아온 이프로가 있다. KPGA홈페이지에 가면 당당히 코리안투어 프로로 소개되는 이규윤 선수는 95년 7월21일 입회를 한 이래 투어프로에는 99년 8월20일 입회한 선수다. 제네시스 상금순위 670만6천857원으로 106위에 랭크되어 있고 평균타수는 75.39타수로 92위다. 동부화재 프로미배, GS칼텍스 마스터즈, 신한동해 오픈, 코오롱 하나은행 한국오픈, 금호아시아나 오픈 등에서 수상한 내역과 획득 상금은 어렵지 않게 검색된다. 당장 2017년에는 대전골프존에서 열린 ‘2016-17시즌 삼성증권 mPOP GTOUR챔피언십 결선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그는 당시 결선 마지막날 버디 6개를 몰아치며 2언더파를 기록했다. 최종합계 13언더파로 4년7개월만에 승수를 추가했다. 당시 받은 우승상금이 2천만원, 그는 여전히 이름이 회자되는 프로선수다.
그런 그가 온 것이다. 옥천읍 삼청리 하삼 출신으로, 군남초등학교, 옥천중학교(36회), 옥천고등학교(11회)를 졸업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공던지기 종목을 하다가, 중 고등학생 때는 중장거리 달리기를 하며 모든 학창시절을 육상에 쏟아부었다. 골프를 전문적으로 시작하게 된 시기는 1991년도. 21살 되던 해 평소 그를 눈여겨 보던 박효근 대표가 골프 알바와 배움을 권했고 그가 응하면서 약관의 나이에 골프의 길에 들어선 것이다. 그 해가 89년도였다.
■ 비주류 스포츠 독학을 통해 프로에 오르기까지
그가 공식 KPGA 프로로 성장하기까지는 7~8년의 세월이 걸렸다. 당시 골프는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지지 못한 스포츠였기 때문에 텔레비전 등 골프 영상을 찾아보기 힘들었고 담당 강사조차 없는 상황이었던 이규윤씨는 매일 쉬지 않고 골프를 치며 독학으로 성장해왔다. 그 결과 95년도에 KPGA 세미프로(준 회원, 반직업 선수)가 되었고 4년 후인 99년도에 치열한 경쟁 속에서 드디어 KPGA 공식 투어프로로 선발되었다.
“프로 자리로 오르기까지가 보기보다 쉬운 일이 아니에요. 웬만해서는 사법고시 합격보다 더 어렵다고들 하네요. 경쟁률이 치열해서 세미프로로 남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에요. 한국 최초 프로였던 연덕춘 선수가 1963년도에 첫 한국 프로 골프회를 결성하고 나서 지금까지 프로 회원 수가 한 2천명 남짓 안된다고 하네요. 예전 같은 경우에는 프로 골프 테스트 조건을 갖추지 않으면 입회하기가 쉽지가 않았는데 요즘 같는 경우는 조건이 조금 완화되었다고 해요.”
옥천 출신 KPGA 투어프로는 이규윤씨가 최초이자 유일한 존재라고 볼 수 있다. 그렇게 KPGA 투어프로로 발탁된 이규윤씨는 도시로 나가서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우리나라에 골프가 대중화되어 있지 않았을 당시에는 시합이 요즘처럼 많지가 않았지만 말이다. 생활 여건이 안되니까 팀에 소속되지는 못하고 자신이 연습하게 된 골프장에서 알바를 하며 돈을 벌면서 선수 생활을 했다. 2부 투어에서 공동 5.6위권을 달성했고, 공식 정규 투어에서는 30~40위권에 달성한 기록이 있다. 공식 정규대회에서는 우승한 기록이 없지만, 전국 프로들끼리 하는 스크린골프 대회 우승기록이 몇 회 있다. 2017년 대전골프존에서 열린 ‘2016-17시즌 삼성증권 mPOP GTOUR 챔피언십 경기에서 61타를 쳐 11언더파가 나온 것이 그의 최고기록이다.
■ 귀족 스포츠? 잘못된 선입견
골프를 처음 시작하게 되었던 당시 이규윤 씨는 집안 형편이 그리 좋지 못했다. 골프장에서 일해 돈을 버는 것과 동시에 그곳에서 골프도 같이 배우게 됐다. 그렇게 계속 옥천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다가 점점 재미가 붙게 되고 골프를 배우기 위해 사촌 매형이 운영하던 용인에 있는 골프장부터 시작하여 여주, 대전 등 많은 골프장을 돌아다녔고 마찬가지로 생활비, 교육비 등을 벌기 위해 여러 골프장에서 일하면서 같이 골프를 치게 되었다. 그렇게 세미프로 이후에는 쭉 대전에서 선수 생활을 해왔다.
“골프의 장점은 친분이라고 생각해요. 남녀노소 관계없이 어울려 할 수 있는 유일한 스포츠예요. 아직도 골프라고 하면 고급 운동이라고들 하고 부자들이 하는 스포츠라는 이미지가 어느 정도 남아있긴 해요. 그래도 요새는 직장인들도 많이 와서 치고 젊은 층들도 와서 쳐요. 골프장 와서 주 4회씩 하면 한 달에 25만원 정도 들고 장비도 그렇게 비싼 편이 아니에요. 가격이 딱 적당한 편입니다.”
이규윤씨는 2002년도부터 부인이 거주하고 있는 청주로 거주지를 옮겨 현재는 은퇴 후 이글골프연습장이라는 스크린 골프 아카데미 사업을 하고 있다. ‘귀족 스포츠’라는 골프에 대한 선입견은 많이 줄고 있는 추세지만 여전히 전 연령대로 대중화되어있는 상태는 아니다. 아직 젊은 층보다는 연령대가 높은 사람들이 주로 하고 있는데 이규윤씨는 스크린 골프 아카데미를 통해 젊은 인재들을 육성하면서 ‘고령층스포츠’라는 선입견을 바꾸기 위해 노력 중이다.
프로 생활을 시작한 이후 이규윤씨는 바쁜 스케줄로 인해 명절 이외에는 고향인 옥천에 발을 들이지 못했다. 그랬던 그가 다시 골프생활의 시발점이 되어준 옥천골프랜드 연습장에 돌아와 고향에서의 생활을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학창시절 그는 오로지 육상에만 집념했던 터라 고향에 대한 기억이 희미하다고 한다.
50대 초반 다시 들른 고향길이 예사롭지 않다. 직계가족은 이제 하나도 남아 있지 않지만, 골프를 처음으로 시작한 옥천에 다시 온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설렌다고 했다. 이규윤씨는 앞으로 고향 사람들이 골프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을 버리고 골프를 여유있게 즐겼으면 한다고. 아울러 옥천에서 프로 선수들도 많이 배출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