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을 내 사람처럼, 따뜻하게 돌보는 마음이 우선이죠”
“이웃을 내 사람처럼, 따뜻하게 돌보는 마음이 우선이죠”
군 보건소 이수현 정신보건팀장이 말하는 간호행정가
임상과는 다른 매력을 가진 지역사회 간호사
지역사회 활동가, 조례를 만드는 입법가 역할도
다양한 영역에서 주도적으로 일하고 싶다면 추천해
  • 천수민 인턴기자 webmaster@okcheoni.com
  • 승인 2022.09.23 13: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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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보건소 멘토 이수현 정신보건팀장이 간호행정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군 보건소 멘토 이수현 정신보건팀장이 간호행정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 보건소는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기본적으로 보건행정과와 건강관리과가 있어요. 보건행정과는 주로 보건과 관련된 행정·회계 업무를, 건강관리과는 건강 증진 사업을 담당하고 있어요. 우리 지역은 군 보건소 외에도 8개 면에 보건지소가 하나씩 있고, 16개의 보건진료소가 있어요. 보건진료소는 간호사 혼자 근무하는데, 농어촌특별법에 의해서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하는 지역의 보건진료소가 간호사이면서 유일하게 진료권을 가지고 있어요. 

보건행정과는 보건 계획, 지출 등 사무를 담당하는 보건행정팀, 만성감염병을 담당하는 감염병관리팀, 급성감염병과 코로나19를 담당하는 감염병대응팀, 의료기관, 의약품 판매업소 지도 점검을 담당하는 의약관리팀, 자살 예방 사업, 정신건강 등기 시설 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정신보건팀으로 구성돼있어요.

건강관리과는 운동, 흡연, 금주, 금연 관련 사업을 담당하는 건강증진팀, 환자 방문 건강 관리 사업을 담당하는 방문보건팀, 모자 건강 및 출산 장려 지원 사업, 영양 관리 사업, 암이나 희귀 질환 의료비 지원을 담당하는 모자건강팀, 치매 조기 검진, 치매 예방 관리 및 치매 환자 및 가족 지원 사업을 담당하는 치매관리팀으로 구성돼있어요.

■ 간호행정가는 어떤 직업인가요

쉽게 말해서 간호직 공무원이라 보면 돼요. 모든 간호사는 병원에 있어야 된다고 생각을 하잖아요. 간호행정가는 지역사회 간호사라는 이름 하에 지역사회에 있으면서 간호 행정을 하는 거예요. 임상간호사로 병원에 찾아오는 환자를 돌보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보건소에 근무하는 지역사회 간호사는 필요하면 조례도 만드는 입법가이기도 하고 내가 일하는 지역 주민을 위해서 활동하기 때문에 지역사회 활동가로 볼 수도 있어요. 본인이 지역사회 간호사로서 소임을 다한다면 임상 간호사보다 일할 수 있는 영역이 많다고 생각해요.

■ 간호행정가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임상에 5개월 정도 짧게 있었어요. 그러다 우연찮게 친구가 공무원 시험을 보자고 해서 시험을 봤는데 저는 합격을 하고 그 친구는 떨어졌죠. 제가 공직 생활에 있을 때는 요양병원이 없을 때에요. 그래서 지역사회 간호사가 감당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당시 노인 인구는 늘어나는데 인프라는 부족했기 때문에 방문간호가 최대 이슈였는데, 저 같은 경우 임상 경험이 부족했기 때문에 제 스스로 한계를 느꼈어요. 그래서 연세대학교 간호대학에서 가정 간호 공부를 했어요. 또 시간이 지나서 장기요양보험제도가 시작되고 관리하던 어르신들이 요양병원으로 가시다 보니 가정간호에 대한 지역사회 요구가 적어지는 거예요.

그래서 충남대학교 간호대학교에서 정신 간호를 공부했어요. 그래서 지금 제가 정신보건 팀장을 하고 있어요. 정신보건은 사회 환경이 급격히 변화하면서 정신건강관리에 대한 요구가 많이 커지고 있어요. 임상에도 정신과에 환자가 막 늘어나고 있지만 또 우리 지역사회에서도 할 일들이 되게 많아요. 그래서 저는 이 부분에 대해 다양한 사업이 필요하다고 생각을 하고 있어요.

사실 제가 지역사회 간호사로서 꿈은 없었지만 막상 와보니까 직업을 잘 선택했구나 생각을 해요. 임상에서는 환자가 계속 바뀌잖아요. 여기는 내가 관리하는 대상자가 정해져 있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서 지표 변화를 할 수 있어요. 지역사회진단을 내려서 우선순위를 정하고 목표를 잡고 거기에 대한 사업을 추진하면 신기하게 지표가 바뀌어요.

그런 부분에 있어서 얼마든지 지역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고 지역사회 주민의 건강을 증진시킬 수 있어요. 필요하면 조례를 개정하고 그에 따른 활동 계획서를 만들어서 스스로 예산 집행할 수 있는 권한을 주도적으로 가지고 실천할 수 있죠. 임상에서는 의사의 지시에 따라 간호행위를 하기 때문에 간호사가 독립적으로 뭔가를 수행하는 데 한계가 있거든요.

■ 간호행정가가 되려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나요

일단 간호사 면허가 있어야 해요. 그리고 간호직 공무원 시험을 따로 봐야 하니까요. 가장 중요한 건 내 주민에 대한 애정, 그리고 지역사회에 대한 사랑이 있어야 해요. 여러 상황에 직면했을 때 긍정적이고 주도적으로 풀어나갈 수 있는 사람들이 지역사회 간호사로 일을 한다면 보다 좋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 간호행정가라는 직업의 장점과 단점이 있다면

장점은 간호 업무이기 때문에 베푸는 사업이에요. 베풀고 지원해주고 주민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이거든요. 그런 부분들이 너무 좋은 거죠. 그리고 여러 가지 할 수 있는 영역이 많아요. 단점이라 하면 아무래도 일이 힘든 거겠죠. 

■ 팀장님은 간호행정가로 얼마나 일하셨나요

제가 1991년 8월에 공직으로 들어왔어요. 딱 31년이네요. 처음에는 단양에 있었고 1995년 7월25일 자로 옥천에 와서 지금까지 근무를 하고 있어요. 처음 발령을 받고 보건소에 보건행정 계장님이 저를 데리고 면사무소에 데려다주는 거예요.

‘면사무소에서 간호사가 무슨일을 하지?’ 이해가 안 갔는데 갔더니 모자보건업무와 가족계획업무를 하더라구요. 예방접종도 하구요. 그때 ‘면사무소에도 간호사가 필요하구나’ 느꼈답니다.

■ 일하는 동안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 있다면

가정 간호 업무를 8년 하고 정신 간호 업무를 5년 했어요. 가정 간호 업무는 제가 매일 가정에 방문하면서 독거노인, 와상노인, 중증 재가장애인, 말기 암 환자분들을 돌봤어요. 예전에는 보건소에서 암환자의 통증 관리, 수액 관리까지 다 했었거든요. 정신 간호 업무를 시작하면서부터는 우리 지역 우울감 경험률을 낮추기 위한 대책을 세웠어요. 당시 세월호 사건이 있었던 안산시 다음으로 옥천군이 높았었거든요.

독거노인 대상 정신건강상태 평가를 위한 전수조사부터 시작해서 숨어있는 우울증 환자들을 찾아내기 위해 따로 옥천군 특화를 위한 예산을 세워서 우울증 치료비 지원 사업도 진행했어요. 일이 너무 많아서 힘들었지만 신기한 건 지표가 눈에 보이게 떨어지는 거예요. 우울감 경험률이 2014년 12.6%, 2015년 9.2%, 2016년 4.1%, 2017년 3.5%로 노력하는 만큼 수치로 보여주더군요. 흔히들 ‘자기 죽겠다는 사람을 어떻게 말려’ 이런 얘기를 하잖아요. 그렇지 않아요. 죽겠다는 사람은 없어요.

누구나 살고 싶은데 방법이 없으니 죽음을 선택하는 것이지, 누군가 옆에서 당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이야기하며 그 순간 손을 내민다면 한 사람의 소중한 생명을 구할 수 있습니다. 그런 순간에 우린 보람을 느낍니다.

■ 끝으로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임상 간호사도 좋지만 지역사회 간호사도 참 할 만한 것 같아요. 간호대학교 다닐 때는 잘 몰라요. 저도 그랬었거든요. 간호사로서 할 수 있는 영역들이 정말 다양하고 내가 지역사회 주민을 위해 뭔가를 하고 싶다, 치료영역보다는 예방 및 재활 영역에서 활동을 하고자 하는 꿈을 갖고 있는 친구라면 기꺼이 지역사회 간호사라는 직업을 선택해서 보건소에 왔으면 좋겠어요.

옥천군 보건소 전경. 이수현 정신보건팀장이 간호행정가 멘토로 참여했다.
옥천군 보건소 전경. 이수현 정신보건팀장이 간호행정가 멘토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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