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_옥천의 이웃 마을인 영동으로 탐방을 왔다. 더위를 피해 정겨워 보이는 이름의 한 카페에 들어섰다. 산울림 마을협동조합이 직접 운영하는 형태로 로컬푸드에 대한 애정이 카페 곳곳에 묻어나있다. 그곳에서 시원한 팥빙수를 먹으며 영동 상촌면의 주민을 만나 상촌에 대한 깊은 이야기를 들었다.
장마가 끝나고 뜨거운 폭염이 시작된 지금, 카페에서 파는 팥빙수는 그야말로 하늘에서 떨어진 선물 같다. 여기 그 선물을 푸짐하게 주는 영동의 한 카페가 있다. 이름마저 정겨운 카페 이웃상촌에 들어서면 모든 테이블이 인절미 수제 팥빙수(1만원)를 먹고 있다. 4명의 할머니, 할아버지는 옹기종기 모여 팥빙수 한 그릇으로 더위를 나고 있었다. 레트로 느낌이 물씬 나는 오래된 선풍기는 여름의 열기를 한 층 식혀줬다. 이어 팥빙수가 하나 더 나오자, 양이 많아 더 이상 먹지 못한다며 손사래를 쳤다. 카페에서는 팥빙수 하나에 2인분이라고 했지만, 대접에 가득 나오는 팥빙수는 4명이 먹어도 거뜬한 양이었다. 이런 점들은 카페 이웃상촌의 분위기를 더욱 정겹게 만든다.
양도 많이 주는 이웃상촌은 무엇보다 재료에 진심이다. 영동 지역에서 나는 재료를 사용하여 판매하는 팥빙수가 그 예다. 다양한 잡곡류를 판매하는 평화쌀상회(영동읍 계산로)에서 산 팥을 직접 쑤어 빙수를 만든다. 그러니 정성이 가득한 것은 물론이고, 건강하고, 믿음직스러운 음식이 탄생할 수밖에 없다. 이웃상촌은 복숭아 빙수, 호두 파이, 자두청을 로컬푸드로 만들 예정이다. 조만간 이웃상촌은 상촌의 특산품을 개발하는 대표 카페로 자리 잡을지도 모른다. 미래의 명소를 찾아가 미리 경험해도 좋을 것 같다. 카페 이웃상촌은 영동 상촌면의 임산물을 가공하여 판매하는 산울림 마을협동조합에서 만든 공간이다. 이웃상촌이라는 이름 또한 산울림 마을협동조합원이 함께 만들었다. “우리가 좋은 이웃이 되겠다는 뜻도 있고, 상촌에 벌써 좋은 이웃들이 살고 있다는 뜻도 있습니다.” 카페 이웃상촌의 대표인 김희정(48) 씨는 이웃상촌의 두 가지 뜻을 설명하면서, 이름에 대한 만족감을 밝은 미소로 드러냈다. 조합원 만장일치로 이 이름이 선택되었다고 한다.
■ 영동 로컬푸드의 변신
호두 파이를 로컬푸드로 만들기 위해 김희정 대표는 하루도 쉴 틈이 없다. 밀밭 삼천 평을 가꾸는 상촌면의 남승록 씨를 만나 밀 공급을 약속하고, 여성농민회 언니들의 텃밭에서 나는 우리 밀을 알아보기도 했다. 청주의 미원 산골 마을 빵집이 우리 밀을 사용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추후 연락하여 조언도 구할 예정이다. 호두 파이뿐 아니라 복숭아 빙수 또한 로컬푸드로 만들 계획이다. 복숭아를 구매하기 위해 농민회 상촌 지회장 박장현 씨의 복숭아 농장을 찾았지만, 지금은 아직 당도가 올라오지 않았다며 조금 기다리라는 대답을 받았다. 곧 딱딱한 복숭아는 차가운 얼음 위로 올라가 빙수가 되고, 물렁물렁한 복숭아는 끓여서 잼이 될 운명이다. 생각만 해도 입가에 군침이 돈다. 조만간 이웃상촌을 방문하면 복숭아 빙수를 맛볼 수도 있으리라.
무더운 여름, 달달한 복숭아가 올라간 시원한 빙수를 위해 이웃상촌에 방문하는 것은 결코 손해가 아니다. 빙수 말고도 이웃상촌에는 특별한 점이 있다. 달콤한 과자인 수제 오란다, 수제 강정과 함께 다양한 꽃차는 카페를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일반 카페에서 보기 힘든 이름마저 생소한 목련차, 박하차, 생강 꽃차가 있으며, 음료 외에도 취나물, 산뽕잎, 건표고, 다래 순 등 다양한 버섯과 나물을 판매하고 있었다. 모두 이 지역에서 난 로컬푸드이다. “100g씩 작게 포장해서 선물 세트로 만들고 싶어요. 그게 스마트스토어에서 판매가 되고 저희가 사회적 기업이 되었을 때 저희의 상품이 되는 거죠.” 앞으로 이웃상촌은 영동 임산물을 홍보하는 큰 손이 될 것이다.
■ 마을과 공존하는 이웃상촌
로컬푸드를 알리고자 하는 김희정 대표의 날갯짓은 마을 주민의 원동력이 되었다. 마을 주민들은 스마트스토어를 활용해 상촌의 임산물을 판매하고 싶어도 마음처럼 쉽지 않았다. 인터넷이라는 장벽을 깨 줄 누군가가 필요했다. 그때 구세주처럼 천홍(미니사과) 판매자 박말금 씨가 나타났다. 천홍은 스마트스토어를 통해 영동의 특산품이 되었다. 스마트스토어에 익숙한 박말금 씨는 지역 주민들의 선생님이 되기로 했다. 천홍을 널리 알리고 싶은 그의 바람도 이뤄지는 것이다. 서로를 보완할 수 있는 지역 주민들이 만나 어떤 시너지가 발생할지 기대된다. 스터디는 매주 화요일마다 열린다. 앞으로 영동 상촌의 로컬푸드가 전국적으로 뻗어나갈 일만 남았다.
이웃상촌은 카페라는 공간에 한정되지 않고 지역민을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다. 김희정 대표의 열정은 이 더운 날씨에도 꺾이지 않는다. 그녀는 땡볕에 비닐하우스를 한 채 지었다. 이곳에 목화를 심고 아이들에게 옷의 원리를 알려줄 생각에 열정이 불타오른다. 아이들은 목화를 직접 채집하여 실을 뽑는 위빙 과정을 놀이처럼 배울 것이다. “도시 아이들이 여기 와서 머무는 산촌 유학을 하고 싶어요. 근데 지금은 그 형편이 안 돼요. 우선 숙소와 교사가 있어야 하고 학교가 협조해야 하니까요. 그래서 지역사회의 장기적인 목표에요.” 김희정 대표의 열정만으로 할 수 없는 일들이 있다. 지역사회의 관심과 협조가 절실한 부분이다.
허브를 이용하여 다양한 제품을 만드는 활동도 펼칠 예정이다. 키운 허브를 추출하여 화장품, 연고, 오일, 차 등을 만들어 즐길 수 있다. 무궁무진한 허브의 모습은 곧 이웃상촌을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이렇게 지역 주민을 위해 다방면으로 활동하는 김희정 대표는 꿈꾸는 사람만의 특유한 밝음을 보여줬다.
■ 지속 가능한 상촌이 되기 위해
이웃상촌의 대표 김희정 씨는 갈마루 지역아동센터에서 10년 넘게 아이들을 돌보는 일을 했다. 상촌의 대표 선생님인 셈이다. 아이들은 커서 청년이 되었고, 상촌을 떠나기 시작했다. 김희정 대표는 아기 때부터 동고동락하던 아이들을 떠나보내야 하는 게 안타까웠다. “아이들이 살던 지역에서 살고 싶어도 일자리가 없고 친구들도 없으니 마을에서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김희정 대표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허공을 바라봤다. 아이들은 상촌에서 살고 싶어도 일자리가 없어 살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아이들을 붙잡을 일자리가 필요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김희정 대표는 발로 뛰기 시작했다. 그녀는 삼성장학재단을 하면서 비슷한 고민을 하는 양평의 상상공작소 사회적협동조합을 알게 되었다. 상상공작소는 초기에 어린이 프로그램을 운영하다가 지금은 청년의 일자리를 위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양평도 상촌처럼 인구소멸의 문제를 피해 갈 수 없었던 것이다. 김희정 대표는 청년을 위한 활동을 시작하기로 다짐했다. 그래서 앞서 계획한 여러 프로젝트에 청년을 채용하여 지속 가능한 상촌을 만드는 목표를 갖고 있다.
■ 상촌의 거점이 되고픈 이웃상촌
원대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김희정 대표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지금 김희정 대표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든든한 지원군이다. “같이 아이디어를 내고 같은 방향으로 목소리를 내줄 수 있는 사람들이 필요해요.” 김희정 대표는 힘에 대한 갈증을 느끼고 있다. 같은 생각을 하는 많은 사람, 힘 있는 목소리, 큰 영향력이 그녀의 목표를 달성하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마을을 위해 발 벗고 나서는 지역 주민들, 학교 선생님들 그리고 김희정 대표와 같은 의지 넘치는 마을 활동가가 모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어야 한다.
이웃상촌의 궁극적인 목표는 상촌의 거점이 되는 것이다. “청년들이 재미있게 뭘 할 수 있어야 여기 살고 싶은 마음이 생길 것 같아요. 그래서 그 일을 할 청년이 필요하고 우리가 청년을 채용하지 해야 하고 그런 거죠. 그러면서 이웃상촌이라는 공간이 주민들이 많이 모일 수 있는 상촌의 거점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이것이 김희정 대표가 그리는 상촌의 미래이다.
주소: 영동군 상촌면 민주지산로 3019-2 카페 이웃상촌
전화번호: 0507-1407-0825
운영시간: 오전 9시 ~ 오후 8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