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면 장화리 주민들은 12일(초복)에도 어김없이 마을회관으로 모였다. 전날 엄나무와 옻 티백을 넣고 푹 곤 토종닭 5마리를 정성스럽게 찢은 다음 몸에 좋다는 각종 재료를 넣고 닭죽을 만들었는데, 이를 함께 나눠 먹기 위해서다. 남들이 보면 초복이라 특별히 행사를 마련했구나 싶겠지만. 장화리 주민들에게는 마을회관에 모여 밥을 나눠 먹는 것은 일상적인 일이다.
지난 2012년부터 시범사업으로 진행된 '마을공동급식'(농번기 가사와 농업을 병행하는 농업인들의 노동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시행된 제도)이 올해 중단됐지만, 마을 기금 500만원을 투입해 자체적인 공동급식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 4월부터 시작된 자체적인 공동급식은 예산 소진에 따라 6월 종료됐지만, 마을 주민들이 함께 모여 '밥 먹는 문화'는 노인뿐 아니라 장년층 주민들도 함께 계속 이어오고 있다.
이날 역시 초복을 맞이해 옥천 오일장에서 직접 사 온 토종닭 5마리로 닭죽을 만들었다. 이 닭죽에는 장화리 마을 주민들의 노동과 정성이 고스란히 담겼다. 장화리 길가에 즐비하게 늘어선 밤나무 아래로 떨어진 밤톨 하나하나를 직접 주어다가 깠고, 직접 농사지은 마늘을 마을 주민이 선뜻 내놓았다. 여기에 전날부터 뜨거운 불 앞에서 닭을 삶느라 고생한 주민들이 있다. 그렇게 닭죽 한 그릇에 장화리 주민들의 화합과 단결이 담겼다.
"우리 마을 입장에서는 마을공동급식 제도가 정말 더할 나위 없이 좋았거든요. 바쁜 농번기에 농민들이 후딱 밥 먹고 나가서 일할 수 있으니까 도움이 많이 됐죠. 제도가 사라져서 우리 농가들 입장에서는 아주 아쉬워요. 이렇게 지원을 받아 잘 운영할 수 있는 마을도 있으니 내년에는 다시 제도가 부활했으면 해요." (최경옥씨)
초복 날 장화리가 준비한 음식은 닭죽만이 아니다. 최경옥(55)씨를 비롯해 이이숙(54)·김건자(66)·이경애(65)씨가 달궈진 프라이팬 앞에서 김치 부침개를 만들고 있다. 양파도 갈아 넣고, 지난 마을 김장 때 만든 김치도 송송 썰어 넣었다. 여기에 이월순(76)씨가 한마디 거든다.
"장화리 손맛을 빼 먹으면 안되지!" (이월순씨)
이월순씨의 한 마디에 음식 준비에 여념이 없던 주변에 '와하하' 웃음이 쏟아진다.
이원면 장화리 강대우 이장은 이날 초복 행사를 통해 마을 주민들이 여름을 건강하게 나기를 소망했다.
"초복의 의미라 하면 맛있는 보양식을 든든히 챙겨 먹고, 건강하게 지내는 데 있죠. 마을 주민들이 한바탕 배부르게 차려 먹고 든든한 뱃심으로 농사도 잘 지었으면 해요. 농민한테 뭐 농산물 제값 받는 것만큼 좋은 일은 없죠. 우리 장화리 마을 이대로 쭉 행복하게 지냈으면 합니다." (강대우 이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