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에 빵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희소식이다. 일명 ‘빵지순례(빵과 성지순례를 합친 신조어)’가 취미인 이들에게 살면서 한 번쯤 가볼 데가 하나 더 생겼을지 모른다. 신기리에 있던 카페 자리가 한 달 반 인테리어 작업을 거쳐 새로운 공간으로 바뀌었다. 상호는 ‘베이커리 공유(共有)’, 지난달 11일 개업해 프랑스빵을 전문으로 하는 베이커리 카페로 운영 중이다.
베이커리 공유 공다윤(25, 군북면 증약리) 대표는 우송대 프랑스제과제빵을 전공했다. 대학 졸업하고 우송대에서 제과제빵 실습조교로 일했던 공 대표는 음식 전반의 이해를 높이고자 양식, 중식, 일식, 제과, 바리스타, 케이크, 대학 내 프로그램인 INBP 프랑스제과제빵 디플롬 등 여러 자격증을 취득했다. 1년여 만반의 준비를 거쳐 그는 인생 첫 창업을 했다.
“어릴 때부터 빵 만드는 걸 좋아했어요. 창업하기 전에는 아무런 대가 없이 다른 분들에게 빵을 나눠드리는 일도 했는데요. 이제는 업으로 삼고 싶었고요. 제가 만든 빵을 돈을 받고 판매하면서 나누면 좋겠다 싶어서 ‘공유’라고 지었죠. 가게 앞에 ‘빵을 함께 나누는 공간’이라고 소개한 것도 공유의 의미를 빵과 접목한 거예요.”
■ 새벽 5시30분에 출근하는 이유
공 대표는 지난해 3월 퇴사하고 1년간 자격증 준비하며 가게를 차리는 과정에서 고민이 없지 않았다. 카페 창업하는 데 일주일이 채 걸리지 않고 비교적 문턱이 낮은 업계 상황에 금방 폐업하는 곳들을 봐 왔기 때문이다. 그가 차린 베이커리 공유는 절대 그러고 싶지 않았다고, 사활을 걸었다고 했다. 나이가 어리다는 편견 또한 극복하려고 부단히 노력했다는 후문이다.
베이커리 공유에서 쓰는 밀가루는 세 가지다. 국산 밀가루, 프랑스 밀가루 그리고 옥천로컬푸드직매장에서 산 옥천 밀가루를 섞어 쓴다. 공 대표는 주식이 빵인 유럽 특성상 프랑스 밀가루가 국산과 비교해 약 3배 비쌀 만큼 향이나 질적인 면에서 다르다고 했다. 버터 같은 웬만한 재료 또한 프랑스 제품을 주로 쓴다. 국산 밀가루는 빵의 모양을 잡아주는 힘이 좋다.
공 대표는 공유에서 제공하는 빵의 90% 이상을 ‘저온발효’로 만든다. 통상적으로 빵을 먹음직스럽게 부풀리는 효과로 발효하는 과정에 이스트(효모)를 넣는다. 이스트를 많이 넣을수록 양도 많아 보이고 제조가 수월해지지만 공 대표는 이스트를 소량만 넣고 반죽해 약 12~18시간 저온발효를 거친다고 강조했다. 빵을 먹었을 때 속이 더부룩함을 줄이기 위함이다.
새벽 5시30분에 출근하는 공 대표는 약 5~6시간 제빵 작업을 한다. 실제로는 전날 반죽해서 밤새 발효한 뒤 다음 날 아침 빵을 만드니 꼬박 이틀이 걸린다. 저온발효 방식이 손도 많이 가고 시간은 배로 걸리지만 ‘여기 빵은 속이 안 더부룩해’라는 손님 반응에 힘을 얻는다고. 당일 만든 따끈따끈한 빵은 오전10시30분~11시쯤 만날 수 있다. 판매하는 빵 목록은 당일 아침 공유 인스타그램(@sharewithyou_bakerycafe)에 올라온다.
■ 아늑한 분위기, 속 편한 빵
“대표 메뉴는 옥송이 크로아상(4천700원)이에요. 부여에서 받은 양송이로 수프를 끓여 크로아상에 넣어 만드는데요. 직접 개발했고요. 두 번째는 바게트 소금빵(2천800원)이에요. 일반 소금빵처럼 부드럽진 않고 바게트처럼 딱딱한 식감을 살렸어요. 양송이로 수프를 내는 건 양식의 과정이잖아요. 샌드위치도 갖은 야채를 손질해야 하니까 여러 자격증을 따며 공부했죠.”
개업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베이커리 공유엔 이미 많은 사람이 다녀갔다. 공 대표는 30~40대 아이 키우는 엄마들과 젊은 손님들이 주로 찾아왔다고 알렸다. 롤케이크, 소보루빵, 크림빵과 같은 익숙한 메뉴들이 없어 발길을 돌린 손님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다시 방문하는 사람들이 느는 추세라고. 공유에 다녀간 손님들이 인터넷에 올려놓은 평을 간추렸다.
‘매장에 들어서면 깔끔하고 아늑한 분위기. 반갑게 인사해주시는 이쁜 미소. 그곳에 가득 채운 빵 냄새. 부드럽고 촉촉한 생식빵은 빵맛의 기본으로 그 집 빵맛을 가늠하는 척도라고 생각하는 빵순이는 오늘도 베이커리 공유를 찾아왔어요. 빵맛 인정!’ (아이디: hap****)
‘저는 이 집 정착합니다. 집이 대전이라 주 1회는 꼭 와서 먹어야 할 듯해요. 특히 옥송이 크로와상은 아침밥 대용으로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맛이에요. 대전 뚜벅이라 차 없이 와서 1시간 반 정도 버스 타고 걸어왔는데도 불구하고 후회 안 하고 돌아가는 그 맛. 음료도 빵들도 맛있고, 친절합니다. 빵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꼭 오셔도 됩니다.’ (아이디: 수***)
‘옥천에 프랑스 빵 전문 매장이 생긴 게 놀랍네요. 젊은 파티시에와 파티시에르 두 분이 만드는 빵이 놀라울 정도로 디자인과 맛이 뛰어나네요. 식감에서 좋은 재료를 쓰고 있는 것이 느껴지고, 빵을 먹은 후 속이 편한 느낌은 처음이네요. 프랑스 빵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성지가 될 거 같네요. 주변에 많은 분에게 추천하고 싶은 베이커리입니다.’ (아이디: 유**)
■ 청년 소상공인이 옥천에 바라는 점
고향이 대전인 공 대표는 가족과 함께 옥천에 정착한 지 8년 됐다. 그는 군북면 증약리에 있는 행복한교회(장로회)에서 신앙생활을 하며 대안학교를 나왔고, 중·고등학교 검정고시에 합격해 대학에 진학했다. 공 대표는 대학 시절 옥천에서 대전으로 통학할 땐 어려움이 있었지만, 차를 마련하면서 옥천 생활에 크게 불편함은 없어졌다고 말했다. 다만, 옥천에 청년들을 위한 실질적인 문화 인프라가 더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가게 부지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대전은 생각해보지도 않았다는 공다윤 대표. 과거 옥천에 진진빵집이 사라지면서 아쉬움을 느꼈던 이들 사이에 공 대표도 있었다. 그는 옥천에 빵집에 관한 갈증을 해소하고 이국적이면서도 색다른 느낌을 주는 빵집을 차려보겠다는 생각에 고민 없이 옥천을 선택했다. 그에게 청년 소상공인으로서 바라는 점이 있는지 물었다.
“옥천에 청년정책이 정말 잘 돼 있는 것 같아요. 최근에 충북기업진흥원에서 청년 소상공인 창업응원금도 지원받았고요. 월세 지원은 올 하반기를 기다리고 있는데요. 옥천은 홍보가 필요한 지역이잖아요. 나름대로 SNS도 하면서 홍보하고 있고, 옥천군 홈페이지도 하루에 한 번씩 꼭 들어가 살펴보는데요. 지자체 차원에서도 상가 홍보에 도움을 주시면 청년 소상공인 입장에서 정말 좋을 것 같아요.”
■ “휴무 없는 공유 만들어볼게요”
베이커리 공유에 방문하면 크로아상 모양으로 그려진 로고를 만날 수 있다. 공 대표와 그의 동생이 연필로 직접 그린 그림이다. 디자인 업체에 의뢰하지 않고 손으로 그려 살짝 투박하지만, 옥천에 자립해가는 청년 창업가의 당찬 의지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베이커리 공유는 조만간 홀 운영과 함께 배달도 병행할 예정이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을 전했다.
“저희 행복한교회 교인 분들이 물심양면으로 많이 도와주셨어요. 그리고 인테리어 공사하는 동안 부모님이 도와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어요. 그리고 저희가 일요일 하루만 휴무였는데 월요일까지 급하게 늘렸어요. 빵에 들어가는 양송이랑 팥을 수급하러 다녀야 해서 어쩔 수 없이 쉬게 됐거든요. 현재로서는 매일 문을 여는 게 어렵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꼭 휴무 없는 베이커리 공유를 만들어볼게요.”
주소: 옥천읍 신기2길 15-3 1층
전화: 762-7066
영업시간: 오전10시30분~오후7시
매주 일요일 월요일 휴무
인스타그램: @sharewithyou_bakerycafe
베이커리 공유 라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