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놀고 있는 새 수도관, 땅 파보니 드러나
<현장취재> 놀고 있는 새 수도관, 땅 파보니 드러나
  • 백정현 기자 jh100@okinews.com
  • 승인 2011.08.26 09:58
  • 호수 10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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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일 상수도 보수공사 현장에서 공사업체 직원들이 노후관에 연결된 급수관을 철거하고 있다.
지난 24일 옥천읍 상계리 청석교 근처에서 진행된 상수도관 매립 공사현장에서는 30년 이상 지난 철거대상 노후관으로 주민식수가 공급되고 있는 현장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날 공사는 지난달 집중호우로 지용생가 앞 실개천에 물이 불어나면서 지난 2004년 옥천군이 노후 상수도관 교체사업으로 매립한 신형 관이 하천 물에 일부 쓸려 느러나면서 보수공사가 진행된 곳이다.

주민 A씨가 기자를 통해 고발한 엉터리 노후관 급수 문제는 이날 보수공사를 맡은 업체가 아스팔트를 깨고 땅을 열자 그 모습을 드러냈다. 2004년 상수도관 교체사업 이후 사용이 중단됐어야 할 낡은 노후관으로 옥천정수장이 공급한 수돗물이 콸콸 흐르고 있었으며 이 관은 구읍 상계리 일대 20여 가구가 묶여 있는 가정용 급수관으로 연결돼 있다.

옥천군 상하수도사업소는 이날 보수공사 현장에 나와 상계리 20여 가구의 급수관을 노후관에서 떼어내고 2004년에 묻은 신형관으로 연결했다(사진). 7년 전 노후관 교체 공사당시 이뤄졌어야 할 작업이 집중호우로 땅 속이 드러나고 기자가 취재를 시작하자 이뤄 진 것이다.

7년 만에 새 관을 통해 흐르는 수돗물이 각 가정의 수도꼭지로 나오는 '황당한' 상황은 상계리 일대 20가구로 그치지 않는다. 구읍 사거리에서 상계리까지 이미 7년 전 신형 상수도관이 투입됐지만 옥천군은 어떤 가정이 새 관을 통해 급수를 받고 있고, 어떤 가정이 노후관을 통해 급수를 받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고 한다.

기자가 현장에서 구읍지역 주민들이 노후관을 통해 가정용 수돗물을 공급받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후관으로 수돗물이 들어가는 것을 막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질문하자 상하수도사업소 소속 공무원은 "상당수 가정에서 단수가 되는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공사당시 준공검사가 꼼꼼히 이뤄졌으면 일어 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다. 지난해 12월 초 옥천읍 중앙로 일대 수도관이 파열돼 500여 가구에 수돗물 공급이 중단되는 단수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동파된 수도관은 2004년 무렵 철거되거나 최소한 폐쇄됐어야 할 노후관으로 1979년 설치된 수도관이었다. 옥천읍 중앙로 일대에는 이미 6~7년 전 신형 수도관이 설치됐지만 당시 공사에도 불구하고 지난겨울 사고로 단수된 500여 가구의 주민들은 30년이 지난 노후 상수도관을 통해 흘러온 수돗물을 마시고 있었던 것이다. 이에 대해 옥천군 상하수도사업소 관계자는 "신형 관으로 연결됐어야 할 급수관이 여전히 노후관에 연결되어 있었던 것 같다"며 "노후관은 누수가 발생하면 지점을 찾기 어렵기 때문에 당시 보수에도 시간이 많이 걸렸다"고 말했다.

주민들이 설치된 지 수십 년이 지난 낡은 노후관으로 마실 물을 이용하면서 수돗물 2차 오염 위험에 노출된 것과 별개로 노후관의 가장 큰 문제인 수돗물 누수 문제도 심각하다. 주민들이 수도요금을 납부해 만든 수돗물이 옥천군의 엉터리 상수도관 운영으로 땅속으로 콸콸 흘러 들어가는 것이다.

환경부가 2009년 기준(최신자료)으로 발표한 전국 상수도 통계에 따르면 옥천군은 2009년 모두 8천850톤의 물이 누수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같은 기간 수돗물이 누수된 것으로 추청되는 영동군(2천940톤)이나 보은군(489톤)과 비교할 때 엄청난 양이다. 환경부는 누수된 물이 피브이시나, 강관, 주철관 등 모두 노후관을 통해 땅속으로 흘러 들어간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신형 상수도관으로 사용되는 하이 3피(HI-3P)관의 문제로 누수 된 물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환경부 통계에 따르면 옥천군은 결국 노후관으로 흐르는 수돗물만 막아도 매년 누수로 버려지는 수십억 원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지만 부실한 관리로 이마저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우리고장 땅 밑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런 황당한 실태를 기자에게 고발한 주민 A씨는 "이것은 분명히 주민건강이나 예산낭비와 관련한 중대한 범죄"라며 "도저히 혼자 알고 넘어갈 수 없는 일이며 세상에 이를 고발하기 위해 용기를 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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