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중에 몇몇 이장들로부터 이 소식을 전해들은 유동찬(54) 청산면장이 기뻤던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그 자신이 각 마을의 노인들을 찾아보고 세배를 드리는 열성을 보여 주민들로 부터 많은 칭찬을 받았다. "면장이 하는 일이라고는 없어요. 다들 직원들이 힘들고 주민들께서 그만큼 잘해주니까 그런거지요."
애써 자신을 감추기에 힘쓰는 유 면장은 지난 91년 10월 청산면장으로 부임한 이후 1년6개월이 지났다. 지난 68년 군 축산계에서 처음으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유 면장의 집안은 공무원 집안. 안남면 도농리가 고향으로 친동생인 유동빈씨가 감사계장, 사촌인 유동주씨와 유동창씨가 각각 군서면장과 의사계장으로 근무하는 등 한 집안에 계장급 이상이 4명이나 된다.
부임 후 '깨끗한 청산, 쾌적한 청산'을 만들어보겠다는 취지 아래 쓰레기 줄이기와 재활용품 활용을 강조하여 특수시책으로 매월 5일부터 5일 단위로 쓰레기 줄이기의 날을 설정하여 운영하고 있다. 올해 5백만원의 예산을 책정 각 마을 1백개소에 쓰레기를 태우는 통을 마련할 예정으로 있는 한편 이 '쓰레기 태우는 날'이 하루빨리 정착하게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면장 자리는 누가 하든 '종살이'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유 면장은 부임 첫인사로 청산면직원과 이장들에게 두가지 사항을 강조했다. 첫째가 공무원 생활은 주민들의 머슴노릇을 하는 것이기에 주민보다 일찍 일어나고 늦게 자야 한다는 것이었고 둘째가 공무원 생활은 봉사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제 면장생활이 1년6개월을 넘어서면서 주민들의 어려운 점도 알게 되었고 함께 기뻐할 줄 아는 공무원상을 꿈꾸며 하루하루에 임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는 옥천읍에서 출·퇴근하는 직원들을 자신의 차로 같이 출·퇴근하는 등 '운전기사'노릇까지 했던 유 면장은 지난해 연말부터는 아예 거처를 관사로 옮겨버렸다.
"해도 짧고 산불위험도 있어서입니다. 내가 책임진 일이니 내가 편하려고 하는거죠"라며 별 대수롭지 않은 듯한 반응을 보인다. 올 3·1절을 기해 김한주 열사등 4명이 독립유공자로 추존되게 된 데에는 유면장의 숨은 노력도 뒷받침되었다.
"무어라 말할 수 없이 기쁩니다. 다만 독립운동사실이 있으면서도 호적등이 없어졌거나 후손들이 없어 제외된 분들을 생각하면 너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 기념사업회를 결성, 청산독립만세운동을 후손에게 알리는 작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유 면장의 행적을 한 주민이 글로 써서 충북도와 군수에게 칭찬편지를 보냈다.
15일 군수로부터 격려전화를 받고는 "저 잘하는 것 없습니다."라고 답변했다는 유 면장. 그는 오늘도 직원들에게 강조한다. "주민을 하늘과 같이 모실 줄 아는 공무원이 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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