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孟子)는 '無恒産(무항산)이면 無恒心(무항심)'이라고 했다. 맹자 양혜왕(梁惠王) 편에 나오는 말로 제(濟)나라 선왕(宣王)이 정치에 대하여 묻자, 백성들이 배부르게 먹고 따뜻하게 지내면 왕도의 길은 자연히 열리게 된다며 한 말이다. 백성이 경제적으로 안정돼 있지 않으면 바른 마음을 가질 수 없다는 것으로 정치의 근본은 백성의 생활이 안정되게 하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작금의 옥천 경제는 맹자의 경고를 되새기게 한다. 끝없이 추락하는 옥천 경제는 이제 주민들에게 이골이 나서 체념에 이르게 했다. 발전 동력은커녕 방향성마저 상실한 채 방치됐다. 옥천의 실태를 나타내는 올해 예산을 보자. 전년보다 4.1% 늘어난 3천334억원이라고 하지만 그 내용을 보면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우선 지역균형발전 예산과 특별 사업에 쓰이는 특별회계가 작년보다 7.83% 줄어들었다. 그러잖아도 충분치 않았던 지역개발사업 자금이 올해는 더 쪼그라든 것이다. 지방교부세도 작년 1천475억원에서 151억원이나 감소해 1천324억원에 그쳤다. 지방교부금은 지자체의 재정수요액과 자치단체의 공공복지시설이나 청사의 신설 또는 복구, 확장 등의 수요에 중앙정부가 교부하는 예산으로 옥천군은 이러한 수요가 반영되지 않아 작년보다 151억원이나 줄어든 것이다. 그나마 국·도비 보조금이 50억원 늘었는데, 이는 보편적 복지예산이 는 것을 반영한 것에 불과하다. 결론적으로 중앙정부와 충청북도의 예산 지원금이 전년 대비 100억원 가량 감소한 셈이다.
전국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 중 하나인 옥천의 상황을 감안하면 이는 납득할 수 없는 결과다. 중앙정부와 도의 지원금을 많이 확보하는 것은 국회의원과 도의원, 군수의 능력이다. 올해 예산을 보면 아쉬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더 가관은 기 편성된 금액이나 중앙정부와 도 사업 예산을 지자체 사업인양 자신이 예산을 많이 확보한 것처럼 홍보를 하는 기만행위다.
지역 경제가 잘 돌아가기 위해서는 자체 세입 및 세외수입이 전체 예산에서 최소 50% 이상은 돼야 한다. 그런데 올해 옥천 예산을 보면 얼추 지방교부세와 조정교부금, 국·도비 보조금을 합친 2천648억원이 전체 예산의 80% 가량을 차지한다. 옥천의 자체 세입 및 세외수입이 전체 예산의 20%에 그친다는 얘기다. 옥천 자체 세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지방세 수입 추이를 보면 옥천의 예산기반이 얼마나 취약한지 드러난다. 올해 옥천 지방세 세입 규모는 작년보다도 5억원이 줄어든 179억 9천200만원으로 책정됐다. 늘어나야 할 지방세 세입이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
지방세 세입 감소는 나라 경제의 침체에 따른 것이라고 치부해도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작다. 옥천 경제의 자립기반을 만들기 위해서는 지방세 세입을 늘려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경제활동이 활발히 일어나도록 해야 한다. 그 지름길은 기업을 많이 유치하는 것이다. 그것도 중소기업 보다는 어엿한 대기업을 유치해야 한다. 옥천에 국내 기업 순위 500위 내 기업 하나만 유치해도 지방세 세수는 단박에 수십 억원 늘어난다. 그뿐이 아니다. 협력업체까지 들어오게 돼 이들이 내는 지방세도 상당하다.
새해는 국회의원, 도의원, 군수, 군의원 등 지역 지도자들과 군민들이 똘똘 뭉쳐 기업유치전에 나서야 한다. 올해부터 금강권역수원보호 규제가 많이 풀린다. 인근의 세종시 및 오송생명과학단지와 연계한 바이오, 의료, 생명공학 관련 기업 유치에 나서길 제안한다. 옥천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지가와 편리한 교통 입지를 갖추고 있어 행정지원과 편의를 제공하고 옥천 주민들이 합심해 노력하면 의미 있는 성과를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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