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은 만추의 절경으로 드리워져 깊숙한 가을이 쓸쓸함을 달래준다. 나의 젊은 날을 묻는 이에게 ‘엊그제 같다’는 말로 대신했는데 오랜 그리움을 다섯 글자로 밖에 드러낼 수 없어 아쉬움이 크다. 회남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던 20대의 어여쁜 청춘, 옥천 중학교 교사였던 남편과 데이트하던 그 시절이 내 인생의 절정이었는데 60여 년 전의 그 날이 엊그제 같다. 거울 속의 나는 60여 년의 세월을 껑충 뛰어넘은 ‘노인’의 모습이지만 허리 꼿꼿하고 입가에 미소만 번지던 그때의 기억이 생생하다. 세월이 어느새 여기까지 왔는지 누가 해답을 줄 것

충북산업과학고등학교 금융회계과 3학년 전현지 학생이 지난달 7일부터 9일까지 제주에서 열린 전국상업경진대회에 출전해 ERP(기업활동의 최적화를 위한 전산 시스템) 부문 금상을 획득했다. 2학년 때부터 상업경진대회를 준비했던 현지 학생은 작년 도 대회 동상을 받았고, 올해는 도 대회에서 은상을 받아 전국대회에 출전한 후 당당히 금상을 획득하는 유종의 미를 거뒀다. “금상 발표 나오자마자 엄청 놀랐고 뭔가 벅차서 눈물이 났어요. 제가 2학년 때부터 상업경진대회를 준비했는데 마지막 대회에서 금상으로 마무리했다는 것도 감동이고 직접 ERP

향수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 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배기 황소가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비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베개를 돗아 고이시는 곳정지용 시인의 시이며, 낭만 가객 이동원의 노랫말이다. 고향의 추억 하나만 갖고 버텨온 사람들에게는 가슴 깊숙이 파고드는 마력을 지닌 노래다. 박인수 교수와 같이 호흡을 맞췄던 ‘향수’는 우리 세대들에게는 전설 같은 노래인데 두 분 다 세상을 떠났고 우리는 남아 고향을 그리

편집자주_ 지난 8월 제70대 옥천경찰서장에 부임한 신의철(49) 총경이 취임 50일을 맞았다. 부임하자마자 어린이교통사고 및 학교폭력예방 캠페인 등을 통해 지역사회에 얼굴을 알렸고, 지난달 경찰청이 추진하는 ‘중심지역관서제’가 시행되자 직접 읍면을 돌며 주민들을 만나 설명 및 홍보에 나섰다. 그럼에도 여전히 신 서장을 모르는 주민들이 있기에, 취임 50일을 맞아 인터뷰를 진행했다. 신 서장은 경찰대학 13기로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서울청 정보과, 경무기획과 등에서 요직을 담당했다. ■ 첫 서장직을 맡은 지 50일이다. 옥천으로 발

경남 산청군 지리산 고등학교, 충북도립대학교 전기과를 졸업해 금산소재 건설안전 회사에 근무하는 그는 10년째 우리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옥천 사람이다. 회사 문제로 1년간 부산에 살았었지만 친구들이 그리워 다시 옥천으로 돌아왔다. 나이는 32살. 정확히는 1993년에 태어났으니 31살이지만 32살이라 셈하는 한국식 나이가 더 익숙하다. 지금은 대전을 중심으로 옥천, 금산, 마산 등의 네팔인이 모인 ‘대전네팔커뮤니티’에서 부회장을 맡고 있다. 유창하게 한국어를 구사하고 한국식 유머를 던지는 그의 이름은 카르키 끼란. 네팔 사람이다. ■

지난 8월, 우리지역 출향인 중 철학박사가 탄생했다. ‘철학’이란 인격의 수양이며 ‘철학함’이란 “원만한 인격자로서 나와 내 주위를 밝히는 것”이라고 정의한 그는 옥천이 철학의 뿌리였다는 소감을 남겼다. 동이면 금암리 출신, 오기현(40, 전북 익산) 박사의 이야기다.동이초, 옥천중, 옥천고를 나온 오 박사는 소싯적 삼국지 등 역사 관련 서적에 매료돼 고려대학교 사학과로 진학했다. 하지만 눈에 밟히는 사회 문제들로 ‘인생무상’까지 경험하며 현실을 바라보는 시선을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변하는 세상 속 변치 않는 진리를 찾고 싶다는 욕

하굣길에 학원 대신 폐지 줍는 노인을 찾아다니는 학생이 있다. 고령으로 육체노동이 힘든 이들을 대신해 리어카를 끌고, 말동무 역할을 해온 지도 벌써 2년째. 옥천고등학교 3학년 재학 중인 박헌규 학생의 이야기다. 헌규 학생의 하굣길은 조금 특별하다. 까만 교복바지에 하얀 티셔츠, 그리고 삼선슬리퍼까지 영락없는 고등학생의 옷차림으로 읍내를 돌아다닌다. 폐지를 줍는 노인들을 발견해내기 위해서다. 다행히 최근에 자전거를 구입해 기동력이 한층 나아졌다. 그렇게 순찰(?) 끝에 폐지 줍는 노인을 만나게 되면, 그대로 자전거를 길가에 걸어 잠

올해 옥천군민대상 수상의 영광은 지역 곳곳 봉사활동에 앞장서온 읍 장야2리 이규억(65,읍 장야리)이장과 오랜기간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해온 인지컨트롤스 정구용(79,청성면 조천리 출신)대표에게 돌아갔다. 시상식은 10월12일 개최되는 2024 옥천군민체육대회 및 제7회 옥천군민의날 기념식에서 진행될 예정이다.옥천군은 지난 5일 군민대상 공적심사위원회 심의 결과 군내 5년 이상 주민등록을 두고 있는 주민 중 복지·문화·체육·윤리 등에 공이 있는 자를 선정하는 일반부문에 이규억씨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민족통일협의회장 및 옥천청년회의소

먹자골목 상권 활성화를 목표로 구성된 먹자골목 상인회(회장 김병수)가 지난달 22일 창립총회를 열고 출범했다. 군 경제과는 지난 6월부터 골목형상점가 지정 가능성이 있는 먹자골목을 찾아 상인회 설립을 위해 필요한 행정절차를 지원해 왔다. 골목형상점가 지정 시 전통시장에 준하는 지원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는데, 이를 위해서는 상인회 결성 등의 요건을 갖춰야 한다. 먹자골목 상인회는 상인회 출범을 시작으로 골목형상점가 지정을 위한 단계를 밟아가고 있다. 김병수(59) 회장과 한국남(38) 총무이사는 상인회 조직을 통해 먹자골목에 새로

서울할인마트 건물 2층 윤선생 영어학원 한편에 ‘와이즈 국어 논술’ 학원이 새로이 문을 열었다. 삼양초, 옥천여중, 옥천고를 졸업한 우리지역 청년 문초희(29)씨가 선생님이다. 문초희씨는 어릴 때부터 책을 읽고 글 쓰는 일에 관심이 많았다. 중학생 때는 지용백일장에서 장려상을 받았고, 고등학생 때는 옥천신문과 옥천교육지원청이 개최한 ‘NIE 청소년 논설쓰기·만평 그리기 대회’에서 동상을 받기도 했다. 대학은 부모님의 바람으로 경영학과에 들어갔지만, 사실 정말 하고 싶었던 건 책 또는 글쓰기와 관련된 일이었다. 졸업 후 일년 반 동안

무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어여쁨이 있다면 단연 능소화 일 것이다. 폭염의 한가운데 도도하게 피어 지나는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넋을 잃고 바라보자니 어느 틈에 하나 둘 꽃잎이 떨어져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그나마 내년 이맘때에 다시 핀다는 정설을 늘 증명해 왔기에 또 기다린다. 자연은 손에 아무것도 쥐지 않았지만 해마다 그 자리에서 자신의 역할을 다하며 세상의 이치에 순응한다. 우리들은 손에 세상과 싸울 온갖 무기들을 쥐고 있지만 하루하루 연명하면서 사는지도 모른다. 그저 “내일을 몰라”라는 조금은 체념 섞인 말을 하면서...

요새 옥천에서 뜨고 있는 운동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 풋살이다. 인구 5만 농촌에 여성 풋살팀만 4팀이다. 2년 전부터 여성 풋살대회, 리그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 도민체전 우승을 비롯해 전국에서도 경쟁력을 띠고 있는 남성 풋살은 말할 것도 없다. 유소년까지 저변이 확대돼 전국풋살대회까지 개최하며 풋살 진입 문턱은 굉장히 낮아졌다. 이러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구심점 역할을 한 옥천군풋살연맹, 올해 3월 주종경(43) 회장이 새로 부임했다.“누군가는 맡아야 하는 자리였어요. 연맹이 유지되고 운영돼야 예산을 지원받고 풋살을 활성화시

“글쓰기를 따로 배운 적은 없어요. 돌아가신 아버지는 매년 다이어리를 사서 표지에 번호를 붙이셨는데, 제가 직접 본 것만 34번이었어요. 그 영향을 받은 것도 있습니다.”우리지역 직장·공장새마을운동협의회 회장이자, 지난달 출간된 의 저자 정완영(66) 작가의 데뷔 소감이다. 소싯적 성장환경뿐 아니라 성인이 돼서도 직장에서 무엇이든 적었다는 정 작가는 인터뷰하는 중간에도 떠오르는 생각을 옮겼다. 사무실 벽마저도 메모로 가득 채운 그가 메모를 강조하는 까닭은 무엇일까.“80년대에 일본 출장을 간 적 있는데

군대에 다녀오고서 대학을 자퇴한 후 소방공무원 준비도 하고, 회사에서 2년 정도 일도 해 봤지만, 가만히 앉아서 일하는 게 영 체질에 맞지 않았다. 아버지와 상의한 끝에 땅과 하늘 사이에 서는 농사를 이어가기로 결심한 후 지난 2019년부터 고향으로 돌아와 소를 먹이며 벼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어렸을 땐 커서 농사를 지을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는데, 어느새 새벽 6시면 길을 나서 묘금리와 궁촌리에 있는 축사로 가 소에게 밥을 주며 하루를 시작하는 농민이 됐다. 물이 흐르듯 자연스럽게, 오랫동안 고향에서 좋은 소를 기르고 싶다는 후계농

앞뒤로 자연을 끼고 있으니 음악적 심상이 둥둥 떠올랐다. 직접 가꾼 집 앞 정원을 바라보면서, 그 너머 산과 하늘을 바라보면서 집에서의 진정한 쉼을 느낄 수 있었다. 대전 폴리텍대학교 영상디자인과 교수이자 레트로 음악밴드 ‘오드리 양장점’의 기타리스트인 박희찬(51, 군북면 증약리) 교수가 2년 전 우리지역에 터를 잡았다. 서울에서 나고 자라 2008년부터 대전에 머물렀던 박 교수는 앞으로의 일생을 보낼 곳으로 옥천을 택했다. “22년 4월 정도에 옥천으로 왔어요. 그전에는 서울과 대전에서 살았어요. 우선 자연이 좋아서, 그리고 사

처음으로 부임하는 주일 새벽, 자고있는데 갑자기 장로님에게서 전화가 여러 통 걸려 왔다. “목사님, 새벽예배에 안 오시나요?”라는 목소리에 등에서 식은땀이 절로 났다. 도시에선 보통 주말엔 새벽예배를 쉬어 가는데, 농촌에선 교인들이 마음껏 기도할 수 있는 때가 주말인 터라 주일에도 새벽예배를 드리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 괜찮다는 장로님의 웃음소리를 뒤로하고 지난해 10월에 부임한 지 어언 8개월, 청산교회 박정환 목사(52, 청산면 지전리)는 청정한 환경 속에서 달고 살던 비염약을 싹 끊고 여기저기 심방하며 교인들과 지역을 두루 만

“홍범도 장군이 백두산 호랑이 잡던 명포수였던 사실 알고 있나?” 꺼져가는 음성으로 질문을 건네는 어르신께 “그럼요”라고 말씀드렸을 때 병석에 계신 어르신의 입가에 번진 자부심 가득한 미소는 오래 기억될 것이다. 어르신은 비록 고령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몸져 누우셨지만 과거 산을 누비며 사냥하던 그 시절을 떠올리니 마음은 벌써 병석을 털고 일어나셨다. 명포수는 과연 어릴 때부터 남달랐을까? 궁금한 차에 어르신이 먼저 유년시절의 이야기를 꺼내셨다.■ 꼬마 포수, 고무줄 새총 한방에 두 마리 참새를봉오동 전투에서 대승을 거둔 홍범도

대전시가 5일 정부·국회·지방의회·언론 등 정무기능 총괄을 위한 정무수석보좌관(2급 상당)에 우리고장 출신 김경훈 전 대전시의장을 임명했다. 김경훈 정무수석보좌관은 제5대 중구의회 의원, 제6·7대 대전시의원을 지냈고 7대 후반기에는 의장을 맡을 정도로 입지를 다져온 인물이다.김경훈 정무수석의 발탁은 이번 22대 총선 결과는 물론 함께 치러진 대전 중구청장 재선거를 떼놓고 설명할 수 없다. 4월10일 총선 결과 대전 지역구 의석 7자리는 모두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이 차지했다. 국민의힘 소속인 이장우 대전시장 입장에서는 시정 관련

대전시가 5일 정부·국회·지방의회·언론 등 정무기능 총괄을 위한 정무수석보좌관(2급 상당)에 우리고장 출신 김경훈 전 대전시의장을 임명했다. 김경훈 정무수석보좌관은 제5대 중구의회 의원, 제6·7대 대전시의원을 지냈고 7대 후반기에는 의장을 맡을 정도로 입지를 다져온 인물이다.김경훈 정무수석의 발탁은 이번 22대 총선 결과는 물론 함께 치러진 대전 중구청장 재선거를 떼놓고 설명할 수 없다. 4월10일 총선 결과 대전 지역구 의석 7자리는 모두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이 차지했다. 국민의힘 소속인 이장우 대전시장이 시정 관련 국회 소통

■ 열네 살, 배움의 갈증이 시작되다각혈하듯이 살아오지는 않았지만, 허투루 쓰지 않은 하루하루였다. 집에서 1시간 30분을 걸어 옥천중학교에 다니던 그때부터 배움의 갈증은 시작되었다. 소롯길 따라서 자전거도 없이 걸어 다녔는데 그나마도 동네에서 중학교를 가는 친구들이 절반밖에 없었다. 게다가 여자는 딸이라고 가르치지 않아서 열에 둘 정도만 중학교에 다녔다. 지금 같아서는 상상할 수 없지만 우리는 그 시절을 지나왔다. 중학교 졸업 후에 상급학교에 진학하고 싶었지만, 여건상 중단된 아쉬움은 살아오는 내내 나를 공부에 매진하게 했다. 배